처절한 1패 당한 공매도 세력 이번에는 설욕 가능?

미국 주식토론방 레딧, 숏스퀴즈 언급 증가( 출처=스테이트 스트릿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미국의 영화관 체인기업 AMC엔터테인먼트 주가가 단연 화제다. 올해 초 2달러 선이었던 AMC는 최근 장중 70달러 이상까지 폭등했다. 연초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무려 3000%에 달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MC가 달나라(to the moon) 여행을 마친 후 지구로 복귀 중이라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연초 이미 급등을 연출했던 게임스탑은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건강보험회사 클로벌헬스와 패스트푸드 웬디스의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올해 미국 증권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른바 ‘밈’(meme) 그룹에 합류하려고 기웃거리고 있다.

밈은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온 단어로 ‘무의식 중에 남을 모방하는 것’이란 뜻이다. ‘밈 주식’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종목을 뜻한다.

‘투 더 문’(to the moon)은 증권이나 가상화폐 채팅방에서 수익이 끝없이 치솟는다는 비유로 활용된다. 반대말은 폭락을 의미하는 ‘떡락장’으로 표현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지지하며 “도지 투 더 문”을 외친 적이 있다. 그의 한마디에 도지코인은 하루 새 400%나 상승했다.

‘다이아몬드 손’이라는 표현도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도 계속 자산을 보유하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비속어인 ‘존’과 ‘버티다’의 합성어를 줄인 '존버'라고 할 수 있다. 반대되는 말은 팔랑손을 뜻하는 ‘종이손’이다.

밈 주식의 최고봉은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 주식이다. 지난해 9~10달러 부근에서 움직이던 게임스탑이 상승세를 기록하자 냄새를 맡은 공매도 세력이 달려 들었다. 그러자 온라인 주식토론방 레딧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의 공매도에 맞서 보자는 여론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토론방에서는 ‘숏 스퀴즈’, 감마 스퀴즈’ 등 이름도 낯선 고급 전술이 수립됐다. 숏스퀴즈는 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해당 주식을 더 비싸게 매수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가격하락을 예상하고 진입한 공매도(short) 포지션을 압박(squeeze)하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해당 주가가 상승해 손실 압박을 당한 공매도 투자자는 서둘러 매도포지션을 청산하거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감마 스퀴즈 역시 해당 종목의 주가가 상승할 때 추가 매수의 약점을 지닌 콜옵션 매도자(감마 매도자)를 압박하는 것이다. 옵션에서 감마는 주식가격 변화에 대한 옵션가격의 변화량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옵션매도자는 감마 매도자이다. 감마 매도자는 주가가 상승하면 위험방어를 위해 주식을 매수한다. 하락하면 주식을 판다. 이때 발생하는 매수세가 감마 스퀴즈다.

게임스탑 대전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과 콜옵션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콜옵션 매도자를 압박했다. 숏과 감마 스퀴즈 전략을 동시에 가동한 것이다. 주식매수를 강요당한 콜옵션 매도자들이 빠르게 주식을 매수하고, 숏 스퀴즈에 굴복한 매수세까지 더해지자 게임스탑의 주가는 폭등했다.

집결하는 공매도 맞서 개인들 ‘레딧’에서 전략 모색

지난해 1월 게임스탑 주식을 둘러싼 공매도 대전은 토론방 레딧에 참가한 개인 투자자들의 완승으로 마감했다. 공매도 세력은 약 50억달러(5조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고 깊은 내상을 당한 채 물러났다.

그러나 AMC 등 밈 주식의 부활 소식에 공매도 세력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월가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역사적 저점까지 밀려났던 공매도 잔량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그에 맞춰 토론방 레딧에서 숏 스퀴즈 검색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연초에도 이 단어의 검색이 늘어난 후 게임스탑 관련 숏 스퀴즈 전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글로벌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릿은 “공매도 포지션이 숏 스퀴즈에 다시 포위되어도 시스템 위험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관투자가들이 보유 펀드의 헤지 전략으로 공매도하는 경우도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종목의 가격이 급변하면 위험 회피를 위해 펀드 내 매수와 공매도라는 반대 포지션을 동시에 청산하기도 한다.

특히 연초대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o러셀2000의 공매도 상위종목의 유통물량과 비교할 때 공매도 비중이 높지 않은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2월 100%에 육박했던 유통물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현재 최대 40%선이다.

이 같은 상황들을 근거로 스테이트 스트릿은 공매도 세력과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격돌하더라도 증권시장 전체의 위험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월가에서는 무차입 공매도 관련 각종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미국에서도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들어왔다”, “주가를 띄우려고 존재하지 않는 무차입 공매도 유입설을 퍼뜨리고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는 루머와 추측들이 뒤섞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장류진의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창비)...투더문(To the moon)은 사들인 코인이 수직으로 상승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사진=연합뉴스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