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국내 현대차·한화시스템 주도

UAM 버티허브 구축 조감도.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도심항공교통(UAM) 기술개발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미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키 위한 신기술 경쟁이 하늘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UAM은 수직 이착륙 비행체를 수단으로 하는 새로운 교통서비스를 말한다. 비행기와 달리 활주로가 필요 없어 공간적 제약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지상에서만 달릴 수 있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이동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극심한 도로 정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에 그리던 미래 신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 UAM으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일단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UAM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2025년까지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UAM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그룹 내 UAM 전담 부서를 만들고 UAM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6년부터 물류 현장에 도심 항공기를 투입하고 2028년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UAM 사업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10일 서울시와 ‘UAM의 성공적 실현 및 생태계 구축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서울시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UAM 생태계 구축 및 사회적 수용성 증대를 위한 활동 강화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 협력 ▲UAM 이착륙장(버티포트) 비전 수립을 위한 연구과제 수행 ▲한국형 UAM 로드맵 및 ‘K-UAM 그랜드 챌린지’ 실증 사업 등을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영국 코벤트리 등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해외 주요 도시와 연계해 서울시가 UAM 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이미 현대차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와 UAM 사업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고 항공안전기술원과 협력해 UAM 기체 및 인증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차 UAM사업부 신재원 사장은 업무협약 자리에서 “이번 업무협약은 UAM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체계를 조성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메가시티인 서울시와 협력해 대한민국이 세계 UAM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완성차기업들의 UAM 사업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GM은 올해 초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를 공개하며 UAM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해당 기체는 90kW 전기모터와 차세대 배터리 얼티움 배터리팩, 4쌍의 날개가 장착돼 최대 시속 90㎞로 날 수 있다. 이 기체는 부피가 작아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데 용이하다.

이 밖에 FCA는 올해 초 미국 e-VTOL 개발기업 ‘아처’와 협업을 통해 UAM 시장에 진출했다. 아처는 세계 최초로 e-VTOL 모빌리티를 추진한 기업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e-VTOL 스타트업 ‘조비 애비에이션’에 3억9400만 달러(약 4351억 원)를 투자했다. 독일 다임러AG·중국 지리자동차는 ‘볼로콥터’라는 e-VTOL 업체에 투자했고 포르쉐는 ‘보잉’, 아우디는 ‘에어버스’와 함께 UAM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버터플라이 기체 이미지.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활주로 필요 없는 수직이착륙 대세, 항공사도 뛰어들 준비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고 불리는 UAM이지만 이 분야에 자동차기업만 뛰어든 것은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삼정KPMG에 따르면 세계 UAM 시장은 2040년 1조4740억 달러(약 1800조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UAM 이용객도 2030년 1190만 명에서 2050년 4억4470만 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다양한 미래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 시장을 선점키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화시스템이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UAM 분야별 핵심 기업들과 손잡고 효과적인 UAM 사업모델 및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공항공사·SK텔레콤·한국교통연구원과 지난 1월 27일 ‘UAM 사업 협력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들은 UAM 기체개발, UAM 이·착륙 터미널인 버티포트(Vertiport) 인프라, 운항 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에 이르는 ‘UAM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UAM 산업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

2019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UAM 시장에 진출해 에어택시 기체인 ‘버터플라이’(Butterfly)를 개발 중인 한화시스템은 UAM 기체 개발과 항행·관제 부문의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개발한다. 한화시스템의 센서·레이다·항공전자 기술과 저소음·고효율의 최적 속도를 내는 틸트로터(Tilt Rotor) 기술이 적용되는 버터플라이는 100% 전기로 구동돼 친환경적이다.

또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기식 e-VTOL 타입으로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도심 상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체계 연동 시스템 등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도 구축한다. 지난해 7월 한국공항공사와 MOU를 체결하고 기체·항행교통 기술 및 버티포트 통합운영 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국공항공사는 UAM 이착륙장 구축·운영과 UAM 교통관리 분야를, SK텔레콤은 모빌리티 플랫폼과 미래 항공교통 통신 네트워크 모델을 구축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UAM 서비스 수요예측 및 대중수용성 등을 연구해 국내 UAM 시장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협력해나갈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해외 기업들과도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27일 영국 UAM 인프라 전문기업 ‘스카이포츠’와 에어택시 인프라 개발 기술을 돕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카이포츠는 에어택시를 타고 내릴 도심공항을 만드는 기업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 도심에 에어택시용 시범 도심공항을 만들기도 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기체 개발과 함께 도심 공항을 위한 작업도 본격화하면서 당사는 국내는 물론 세계 UAM 시장에서도 한 걸음 앞서 나가게 됐다”며 “한화시스템의 2030년 UAM 관련 매출 목표는 11조4000억 원”이라고 말했다.

정작 국내 항공사들의 UAM 관련 행보는 다소 느리지만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UAM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축적된 항공 교통·운송 및 비행체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항·관제 측면에서 ‘항공 교통관리 시스템’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UAM 사업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이미 미국은 전문기업들을 중심으로 UAM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처는 ‘아처 메이커’를 공개했다. 6개 배터리 팩을 장착한 상태에서 최고 시속 250㎞로 최장 96㎞를 날 수 있다. 아처는 아처 메이커를 2024년 도심형 항공 택시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조비항공도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비행거리 240㎞, 최고 시속 322㎞인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 참가한 현대자동차그룹 부스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고층건물 옥상을 이착륙 거점으로…부동산 가치도 바꾸는 UAM

최근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가 ‘모빌리티 혁신이 만드는 더 스마트한 도시’를 주제로 열렸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된 이 엑스포에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많은 관람객들이 모였다.

우리가 미래도시를 상상할 때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높은 고층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자동차 모습이다 보니 UAM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에 유독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현대차와 한화시스템이 구현해 놓은 실제 크기 UAM이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는 UAM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UAM 생산은 국내 자동차와 항공기 산업 모두에게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며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기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도 UAM이 미래 먹거리로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UAM은 이동수단으로서 혁신은 물론 공간으로서 혁신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서 “도심공항 등을 비롯해 UAM이 이착륙하는 건물 옥상까지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UAM이 이착륙 하는 정거장을 구축하는데 대도심 건물 옥상이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 건물 1층에 어떠한 브랜드가 입주하는지가 부동산 가치를 좌우했다면 미래에서는 옥상에 어떠한 UAM 거점이 생기는지가 부동산 가치 변동에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화시스템이 기체 개발과 함께 도심 공항을 위한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UAM 사업에 뛰어든 우버 또한 부동산 개발사와 손잡고 고층빌딩 옥상을 UAM 이착륙 거점으로 활용하는 ‘스카이포트’ 전략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UAM의 안전성·사회적 수용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31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기상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UAM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청사진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기술로드맵’을 제32차 경제중앙대책본부에 상정·의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UAM은 새로운 교통수단인 만큼 실제 운영을 가정해 ‘초기’(2025~2029년), ‘성장기’(2030~2034년), ‘성숙기’(2035~) 등 주요 3단계로 시장을 구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안전성·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될 경우 기술개발을 통해 교통수단으로써의 경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안전성·수용성·경제성·지속가능성·상호발전을 핵심 목표로 한 추진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체 및 승객 안전성 확보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개발하고 국민 수용성을 증대하는 친화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