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합성연료 ‘e-fuel’ 부각…석유계 연료 대체 가능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협회 그랜저홀에서 열린 ‘수소용 탄소중립연료(e-Fuel) 2차 연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지난달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4분의 1은 친환경차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동차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을 때도 친환경차만큼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5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친환경차 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6.5%, 수출은 36.5% 증가했다.

여기서 말하는 친환경차는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차를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은 기존 석유계 연료를 친환경 연료가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전기와 수소를 비롯해 최근에는 친환경 합성연료인 ‘e-fuel(퓨얼)’도 부각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fuel, 탄소제로 시대 대안으로 부각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강화와 ‘2050 탄소중립 선언’ 등의 영향으로 배출가스 저감 기술이나 친환경 대체연료 사용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 중심으로 환경과 안전 및 자유롭고 편리한 이동성이 부각되고 있었고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8년부터 미래차 산업 정책을 강화했고 국내 자동차업계는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한국 수출 비중이 큰 미국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친환경차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20년 주요국 전기동력차 보급현황과 주요 정책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동력차는 294만여 대가 판매됐다. 전기차가 202만여 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91만여 대, 수소전기차는 8200여 대가 판매됐다. 전년과 비교할 때 전기차는 34.7%,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73.6%, 수소전기차는 9.3%가 각각 증가했다.

이미 전기동력차 시장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친환경 합성연료인 e-fuel이 탄소제로 시대의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e-fuel은 물을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나 질소 등을 합성해 만든 연료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경우 친환경적이면서도 내연기관에 그대로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양재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e-fuel 관련 연구가 미흡하지만 독일과 일본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e-fuel 관련 정책을 공개했고 관련 업계도 이에 호응해 e-fuel 활용을 위한 연구에 돌입하고 있다”며 “국내 산·학·연·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향후 e-fuel의 성장 가능성에 폭넓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fuel 개념도. (그래픽=한국자동차연구원 제공)
앞서가는 獨·日 e-fuel 기술,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

e-fuel은 ‘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e-메탄올·e-가솔린·e-디젤 등 다양한 종류의 연료를 지칭한다.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데다 저장이 용이하면서도 에너지밀도가 높다. 이 특징으로 인해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에 그대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연료의 최대 장점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송용 탄소중립연료로도 불리는 e-fuel은 한국 정부도 주목하고 있는 수송용 대체연료”라며 “내연기관차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으로 전기·수소전기차 확산 노력과 함께 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과 일본 정부가 e-fuel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 일본이 잇따라 e-fuel 관련 정책을 공개했다.

독일 연방환경부(BMU)는 이미 2019년 7월 e-fuel 생산을 위한 P2X(Power to X :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소, 열, 기타 합성연료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 보급 및 배터리 성능 확대와 더불어 e-fuel을 개발해 2050년까지 가격을 가솔린 이하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양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e-fuel 기술은 초기 단계로 한국화학연구원, KA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에서 관련 생산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라며 “세계 각국 자동차, 항공·선박, 에너지 등의 업계에서는 이미 e-fuel 활용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이어 “아우디는 2017년 e-fuel 연구시설 설립 후 e-fuel 생산 및 엔진 실험에 착수했고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은 지난해 7월 탄소중립 엔진 개발을 위해 e-fuel 연구에 착수했다”며 “세계적인 항공·선박기업과 에너지 기업들도 e-fuel 제조·구매 협약을 맺거나 5년 내에 e-fuel로 연료를 대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e-Fuel 2차 연구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산업계 관계자들과 배충식 KAIST 교수, 민경덕 서울대 교수, 이기형 한양대 교수 등 학계, 산업연구원, 화학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록 한국 e-fuel 기술이 초기 단계지만 이 대체 연료 개발·활용 방안을 모색키 위해 지난 4월 연구회를 출범시키고 연료·자동차·항공·선박 분야 산·학·연 전문가 30여명을 주축으로 오는 10월까지 매달 1회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정부는 정책·연료·수송 분야 실무분과를 운영해 논의 결과를 구체화하고 e-Fuel 경제성 확보와 수송 분야 적용을 위한 중장기 기술로드맵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