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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명품의 만남...MZ세대 쇼핑 성지로 떠오른 '한남동'

강남에 청담동이 있다면 강북에는 한남동이 있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이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길’ 때문이다. 제일기획 건물에서 6호선 한강진역으로 이어지는 이 길의 이름은 ‘꼼데거리’. 상업성을 띠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였다. 패션 매장, 갤러리·미술관, 공연장, 니치 향수(소량 생산되는 고급 향수) 매장 등이 들어서면서 꼼데거리는 점차 팽창했다. 그 영향력은 인근 지역으로까지 전해졌다. 골목 사이사이 카페와 맛집이 속속 자리하면서 동네 분위기는 변해갔다. 650m짜리 직선도로가 한남동 상권 발달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남동이 ‘제2의 청담동’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한남동 꼼데가르송 매장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MZ세대가 선택한 한남동…쇼핑 외 문화와 여가도 즐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한남동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2010년 이곳에 ‘꼼데거리’라는 별칭을 안겨준 ‘꼼데가르송’이란 일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은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다. ‘띠어리’·’코스’·’구호’·’시리즈’ 등의 패션 매장들도 볼 수 있다. 국내외 신명품,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고루 갖춘 ‘비이커’ 플래그십 매장(브랜드 체험 매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니치 향수인 ‘르 라보’와 ‘조 말론’ 단독 매장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꼼데거리의 명품 매장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보다 MZ세대들이 주목하는 신흥 명품 브랜드들이 주로 들어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남동의 ‘부촌’이라는 고급 이미지와 ‘자유로움’이라는 신생 이미지가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지각색의 문화가 혼재하는 이태원과 근접한 데다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꼼데거리가 자연스럽게 자유롭고 경쾌한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 지난 5월 29일 구찌가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분위기에 도전장을 낸 전통 명품 브랜드는 바로 구찌다. 지난달 29일 구찌는 국내 두 번째 단독 매장을 한남동에 열었다. 1998년 서울 청담동에 첫 단독 매장을 연 지 23년 만이다. 매장명은 ‘구찌 가옥’. 한국 전통 주택을 의미하는 ‘가옥’에서 이름을 따왔다. 청담동 매장과는 다른 콘셉트로 이목을 끌고 있다. 구찌의 한남동 매장 오픈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구찌는 타 브랜드와는 달리 다양성, 역동성을 강조해왔다”며 “소위 전통 명품의 고전적인 이미지와 구분을 짓고, 자사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공연, 전시 등 여러 문화시설도 MZ세대를 한남동으로 유인하고 있다. 청담동 명품거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MZ세대는 한남동에서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한남동에는 미술관 리움을 비롯한 문화 인프라가 상당하다.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 갤러리, 현대카드 스토리지(전시공간),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음악 문화 공간), 북파크(도서관과 서점의 결합) 등이 MZ세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는 주변 상권을 발전시키는 ‘집객효과’를 가져온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카페나 식당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왜 한남동이 제2의 청담동으로 선택된 것일까. 사실 청담동 다음으로 주목을 받은 장소는 신사동 가로수길이었다. 하지만 가로수길이 새로운 젊은이들의 명소로 떠오르자 임대료가 급등하고 대기업 자본이 파고들었다. 결국 가로수길은 자체적인 특성이 사라지고 흔한 강남의 상권과 별반 다름이 없는 곳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MZ세대는 가로수길 대신 한남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가로수길은 청담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신선하고도 고급스럽고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 한남동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남동은 대사관과 고급빌라가 있는 부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곳이란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 용산구 다국어 관광지도/용산구청 제공
이태원·압구정동을 잇는 도심문화 요충지로 부각
한남동이 골목상권과 도시 상권을 연결해주는 문화 요충지라는 설명도 있다. 한남동은 이태원, 경리단길, 해방촌 등 골목 상권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로 앞 한강을 건너면 도시 상권인 압구정과 연결된다. 한남동이 두 곳의 문화를 모두 포용한다는 지역적 특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특히 한남동은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넘쳐나는 곳이어서 이질적인 문화들이 충돌하지 않고 절묘하게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이 잘 살아나면 ‘거대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한남동으로 속속 이사오면서 한남동이 주목을 받게 된 점도 상권 발전에 기여했다.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유엔빌리지 등 고급빌라와 단독주택 단지들은 유명인들의 보금자리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 직원은 “한남동은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나 상암동으로 가기에 강남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며 “요즘에는 강북, 강남을 크게 따지지 않기도 하지만 한남동이 강북이어도 고급스러운 면에서 손색이 없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남동은 청담동의 명품 상권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일각에서는 청담동에서 차차 한남동으로 명품거리의 주인이 바뀔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과거 신사동 가로수길이 붐이었을 때 청담동이 건재했듯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세대 사회학과의 A교수는 “청담동과 한남동의 역할은 확연히 다르다”라며 “두 곳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성향부터 다를 뿐더러, 방문객들의 연령대, 방문목적, 소비성향 등도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MZ세대들은 한남동에 갈 때 명품을 소비하기 위해 가기보다 문화 생활과 여가를 즐긴다는 목적을 가지고 발걸음을 옮긴다”며 “청담동과 한남동, 두 곳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대체 또는 잠식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꼼데거리의 팽창이 한남동 상권 발전을 낳았듯, 한남동 확장세도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고급 주택단지의 고소득자들의 구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구매력이 높은 지역에 입점하는 데 부담을 느낄 리 없다. 입점 매장의 증가는 주변 상권을 확장하는 마중물 역할이 될 수 있다.

  • 한남동 띠어리(theory) 매장/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한남동과 인연이 깊은 삼성의 발걸음도 한몫 거들어
한남동 상권은 삼성그룹과 인연이 깊어 흥미를 끌고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과 부인 홍라희 여사가 관장을 맡았던 삼성미술관 리움은 일찌감치 한남동에 터를 잡았다. 리움을 중심으로 미술관과 갤러리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한남동 일대에는 국내외 갤러리가 모여들고 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광고기획사 제일기획 본사도 이곳으로 옮겨온 것도 눈에 띈다.

이외에 패션 브랜드, 문화 시설 등이 삼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꼼데가르송을 국내에 들여와 현재까지 유통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물산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상당수 브랜드들이 삼성물산 자체 브랜드이거나 유통대행 브랜드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꼼데거리에 매장을 오픈한 브랜드는 준지, 띠어리, 구호, 란스미어, 르베이지, 비이커 등이다.

또 2011년 11월에 개관한 뮤지컬 전용 공연장인 블루스퀘어를 후원한 기업도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그해부터 2017년 9월까지 블루스퀘어를 후원해왔다. 블루스퀘어 두 개의 홀은 삼성전자홀과 삼성카드홀로 불리기도 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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