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면서 충전한다

KAIST가 개발한 전기충전버스. (사진=특허청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앞으로 전기차 충전을 위해 특정한 장소를 찾아 긴 충전 시간을 감내하는 불편함이 사라질 전망이다. 도로를 달리면서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도로’ 상용화가 임박해졌기 때문이다.

무선충전도로 기술은 유선 전기차 충전소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줄여 전기차 대중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기술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무선충전기술을 도입한 올레브(OLEV-On-Line Electric Vehicle) 버스가 다음 달부터 대전 유성구 대덕특구 일원을 주행할 계획이다. 올레브 버스는 200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무선충전 전기차로 도로 내 전기선을 매설해 차량을 무선으로 자동 충전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1분 충전으로 약 3㎞를 이동할 수 있다.

7월부터 대덕특구에 무선충전 ‘올레브’ 버스 주행

요즘은 심심치 않게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발견할 수 있다. 분명히 이전보다 전기차 충전을 위한 인프라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충전 인프라는 넉넉하지 못하고 충전 시간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기업과 자동차기업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보다 획기적인 충전 기술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획기적인 전기차 충전 기술로 각광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로 위 무선충전 기술’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10년 간 전기차 주행 중 무선충전 특허출원은 총 299건에 달한다. 2010년 10건에서 2018년 42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관련 기술의 특허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무선충전 특허출원 기술을 살펴보면 ▲도로와 전기차의 코일 위치를 일치시키는 송수신 패드 기술이 169건(56.6%) ▲정차하지 않은 차량의 충전을 모니터링하고 과금을 처리하기 위한 기술인 과금 시스템이 60건(20%) ▲전기 자기장의 방출 가이드(자기 차폐 저감) 기술이 36건(12%) ▲코일 사이에서 금속 등 이물질을 감지하는 기술이 34건(11.4%)이다.

추형석 특허청 전기심사과 심사관은 “무선충전도로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무인 택배 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 충전수단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선충전도로는 전기차 시장의 국면 전환 요소로 향후에도 특허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실제로 이 기술은 현대자동차(46건), LG전자(7건), KAIST(12건) 등의 대기업과 연구소가 58%(178건)로 출원을 주도하고 있다. 에드원(8건), 그린파워(6건) 등 중소기업의 비중도 25%(77건)나 된다. 이 밖에 퀄컴(11건), 오클랜드 유니시비시즈(5건), 도요타(2건) 등 외국 기업들도 특허를 출원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르웨이,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도 무선충전도로 도입이 활발한 상황”이라며 “무선충전도로의 장점은 전기차에 큰 배터리를 실을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생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 배터리가 차지하던 공간을 실내 자율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이스라엘, 중국 등 이미 상용화

해외에서는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무선충전도로가 도입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2024년 1분기까지 모든 택시를 전기차로 바꾸고 무선충전도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전기차용 고전력 무선충전 연구개발 기업인 모멘텀 다이내믹스와 포트넘 리차지는 무선충전도로를 설치하고 재규어 랜드로버는 전기차 25대를 오슬로 택시회사 카본라인에 제공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도로 아래 매설하는 방식이 아닌 도로 위에 전도성 레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무선충전도로를 도입하고 있다. 수신기를 장착한 전기차가 레일 위를 지나가게 되면 충전이 되는 기술로 기존 도로 위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선 변경 시 승차감이 좋지 않고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 스웨덴 고틀란드에 있는 1.65㎞ 공공도로에 이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스라엘은 ‘일렉트로드’(ElectRoad)라는 이름으로 무선충전도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배터리 충전뿐만 아니라 차량 간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자체 무선충전 시스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상용화에 들어갔다. 도로 아래에 장착된 구리 코일을 사용해 전기차 배터리를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게 하는 이 시스템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700m 도로에 구축됐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을 도로에 매설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항상 외부에 노출돼 있는 도로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아스팔트와 비슷한 질감으로 만든 콘크리트가 태양광 패널을 감싸고 있어 달리는 자동차 충격에도 파손을 방지할 수 있다. 중국 산둥성은 산업 중심지인 지난시의 남부 순환도로 2㎞ 직선 구간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해 개통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다음 달부터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무선충전기술이 도입된 올레브 버스가 시범 운행되며 대전시도 이 버스의 노선을 최종 확정했다. 올레브는 KAIST를 기점으로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나 사이언스콤플렉스와 대전컨벤션센터를 경유해 월평역, 유성온천역, 구암역을 편도 순환하게 된다.

총 3대(38인승, 중형)가 운행되며 총 노선 23.5㎞, 배차간격 40분, 1회 순환 소요시간은 87분가량으로 예상된다.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하며 다음 달 중순 시범 운행 기간 일주일 동안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략 100㎾ 급 급속충전기로 400㎞ 주행 시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를 80% 충전하는데 1시간 정도 필요하다”며 “무선충전도로가 활성화된다면 주행과 동시에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져 충전시간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고 또 충전소를 찾기 위해 경로를 이탈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