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기술 적용으로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 혁신

현대모비스가 클러스터와 HUD 기능을 합친 ‘클러스터리스 HU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IT 기업들까지 가세해 미래 모빌리티에 탑재될 다양한 기술들을 속속 공개했다. 이런 기술들이 적용되면서 운전석은 더 이상 운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조작하는 사무공간과 놀이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의 공통점은 내부 공간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내부에 디스플레이가 보이는 지점이 많아졌고 크기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차량에서는 별도의 디스플레이 없이 차량 전면부 유리에 정보가 투영되는 형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 ‘클러스터리스 HUD’ 세계 최초 개발

최근 신차의 트렌드는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의 차량 편의기능 제어장치를 디지털 전자기기로 구성한다. 이 같은 차량의 전장부품을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이라고도 부른다. 기존의 다양한 IT 기술을 차량 적재적소에 조합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하며 운전자가 주행 중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심지어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핵심은 자동차 운전석을 영화관, PC방, 사무실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이 부문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4일 계기판(클러스터)과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 기능을 통합한 ‘클러스터리스 HU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에 최적화된 신개념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제적으로 선보인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클러스터리스 HUD는 클러스터에 표시하는 각종 주행정보를 운전자 정면 HUD와 AVNT(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텔레커뮤니케이션)로 분산시켜 운전자들의 주의 분산을 최소화한 차세대 운전석 기술이다.

클러스터리스 HUD는 상단 세 구역과 하단 한 구역 총 4개 표시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상단에는 속도, RPM(분당 회전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관련 정보, 길안내 정보 등을 보여준다. 하단에서는 변속 모드, 냉각수 온도, 주행 가능거리 등 차량 기본 정보를 볼 수 있고 방향 지시등, 시스템 정보 경고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클러스터리스 HUD를 탑재하면 내부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게 된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실내 공간이 넓어지는 등 내부 공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중량 감소에 따른 주행거리 증가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클러스터리스 HUD를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독일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 특허 등록했다.

한영훈 현대모비스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 섹터장은 “클러스터와 HUD가 합쳐지면 공간확보는 물론 주행정보 일원화를 가능케 한다”며 “이를 통한 운전자의 전방 시야 확보에도 도움을 줘 안전운행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엠비전 X. 자동차 유리창이 특별한 테마를 연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할 수 있어 차량의 360도 투명 유리창 전체를 스포츠 경기나 공연 관람용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실제 적용되는 홀로그램과 증강현실 기술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실제 운전상황에 도움을 주는 증강현실(AR) 기술로도 진화하고 있다. 현재는 앞 유리 일부를 활용하거나 별도 장치를 이용해 여러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HUD 형태지만 앞으로는 유리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R로 길안내를 돕는 내비게이션과 차량 내 간편결제 기능 등을 탑재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특히 AR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 시 실제 주행 영상 위에 정확한 가상의 주행라인을 입혀 운전자의 도로 인지를 돕는 기술이다.

AR 내비게이션은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띄우고 그 위에 차량 움직임 감지 센서와 지도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주행경로를 그래픽으로 표시해준다. 이에 지도 위에 길안내를 제공했던 기존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운행정보를 전달해 운전자가 골목길이나 교차로, 고속도로 출구 등을 잘못 진입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또 ADAS 센서들을 통해 수집된 차선, 전방 차량 및 보행자와의 거리 정보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차량이 차로를 이탈하거나 충돌 위험이 판단되면 경고음과 함께 AR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 상황을 알려 줌으로써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돕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새롭게 개발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커넥티드 카 시대에 운전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혁신 기술들을 대폭 적용했다”며 “이를 통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의 여정이 보다 안전해질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기술을 체험하는 즐거움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애플카에도 앞 유리에 AR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IT 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지난 5월 11일(현지시각) 애플이 미국 특허청에 ‘구역 식별 및 표시 시스템’이라는 특허를 등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HUD는 차선 제어, 위험 방지 등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차량 앞 유리에 함께 표시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앞 유리에 차량 속도를 표시하거나 운전자가 시야에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를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애플 특허에는 운전자 없이도 차량을 주행할 수 있는 ‘무인 내비게이션’ 기능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출시될 차종에서 홀로그램과 증강현실 기술의 활용도는 매우 높은 상황으로, 특히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차량 유리 위에 표시할 수 있다”며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시각적인 즐거움은 물론 자동차 전면 유리창 전체를 화면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안전성과 편의성이 모두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의 목적 기반형 모빌리티(PBV) 엠비전 X는 자동차 유리가 특별한 테마를 연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하는 점이 특징이다. 자동차 유리 전체를 스포츠 경기나 공연을 관람할 대형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엠비전X 내부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는 탑승자가 원하는 대로 맞춤형 제어도 가능하다. 탑승자마다 다른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창밖 풍경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