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이마트는 미국 이베이 본사와 이베이코리아와 지분 80.01% 인수를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인수가액은 약 3조4400억원이다. 이마트가 인수가액 전액을 특수목적법인인 에메랄드SPV를 통해 출자를 하는 방식이다. 미국 이베이는 잔여지분 19.99%를 보유하게 된다.

IBK 투자증권은 이번 인수로 이마트가 네이버에 이어 이커머스 업계 점유율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인수합병 후 과도한 비용을 치르는 바람에 오히려 경영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결정 이후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마트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S&P는 인수비용이 양사의 시너지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베이 자료사진/연합뉴스

이베이코리아의 IT 강점으로 쓱닷컴 성장 기대
이마트가 인수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옥션, G마켓, G9(지구) 등의 오픈 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다. 2000년 이베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쿠팡, 네이버쇼핑과 함께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에 달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2016년부터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해 거래대금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하는 데 나섰다. 업계 일각에서 우려감을 표명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에 특화된 인적 자원,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 기술력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의 핵심인 IT 개발능력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번 인수의 시너지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당사는 금번 M&A(인수합병)가 이마트의 향후 공격적 이커머스 투자에 대한 선언과도 같다는 점에서, 현재의 이마트, 현재의 이베이코리아 상태만을 놓고 시너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선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의 270만 유료회원(스마일클럽 회원)과 국내 최대 규모의 셀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SSG닷컴이 고객 접점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베이코리아는 장기간 이커머스 업계에서 활동해온 IT 관련 인적자원을 얻게 됐다. 이로써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의 풀필먼트 센터 투자 계획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이베이코리아는 배송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SSG닷컴은 물류센터 가동률을 증가시킬 수 있게 됐다.

한 외신은 “이번 인수가 한국의 전자상거래 소매 부문을 확실하게 흔들어 놓을 거래로, 잠재적으로는 이베이를 인수한 기업이 한국 최대의 옴니채널 운영 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마트는 수익 모델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S&P,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는 부정적 의견
이번 인수에서 신세계 이마트는 인수가액으로 3조4400억원을 지불했다. 이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가액이다. S&P에 이어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이마트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며 “이마트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향후 1 ~ 2 년 동안 금융 레버리지가 약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3월 말 기준 1조637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금융자산은 2330억 원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 규모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가격 중 약 37% 수준에 불과하다. S&P는 "이마트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향후 12개월 동안 5배를 상회할 경우, 동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에 따라 부동산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너지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사내망을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롯데 이커머스사업부와 통합하면 단기간에 국내 상위 3위의 외형을 갖추지만, 투자비와 소요 시간을 고려할 경우 기대했던 것보다 시너지 실현은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한 외신은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정체 및 하락세였다”며 “이베이코리아가 얼마나 이마트 성장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