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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쿠팡의 두 얼굴...'ESG 경영' 했었더라면

  • 화재로 뼈대 드러낸 쿠팡 덕평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쿠팡은 음식점 등 서비스에 대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미국의 그루폰을 벤치마킹해 하버드대학 출신 3명이 2010년 설립했다. 쿠팡이라는 이름도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의미다. 티켓몬스터(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 3사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하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회사로 방향을 전환했다.

쿠팡은 독특한 회사다. 쿠팡을 상징하는 것은 로켓배송과 함께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막대한 투자다. 쿠팡은 2020년 말 기준 누적 순손실 규모가 4조5500억원에 이른다. 쿠팡은 많은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계획된 적자라며 회사 규모와 매출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국을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km 이내에 두겠다는 목표로 100여개의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구축했고 배송 인력도 직접 고용했다. 총 직원 수는 2021년 4월 기준 5만4000명에 달한다. 2020년에만 전국에 2만5000여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 1위였다.

매출은 2015년 1조1000억원에서 2020년 13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용자 수도 1485만명에 달한다. 2020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3%의 점유율로 네이버쇼핑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에릭 차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쿠팡은 한국에서 전국적 사내 물류 및 배송 네트워크를 통해 직매입 위주의 전자상거래모델을 중심으로 상당한 경제적 해자를 만들었다”며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2023년 28%, 2030년 47%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른 배송과 가격 파괴로 유통업계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메기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고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물류센터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일평균 13만건인 이마트 SSG닷컴의 물류처리량은 3배 이상인 40만건이 된다. 그만큼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것이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전 이사회 의장은 2016년 인터뷰에서 "쿠팡은 유통회사가 아니라 정보기술(IT)회사"라며 "직원 절반이 IT 개발자"라고 했다. "첨단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물류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쿠팡은 24시간 이내 배송을 해주는 로켓배송에 이어 다른 회사들의 영역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마켓컬리 등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는 로켓프레시로, 배달의 민족 등의 음식배달 시장에는 쿠팡이츠로 대응했다. 매일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당일 오후 6시까지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 당일배송'도 도입했다.

쿠팡은 2020년 12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쿠팡플레이는 인기 영화, 국내외 TV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다. 쿠팡의 프리미엄 멤버십 ‘로켓와우’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월 2900원 멤버십 비용만으로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전략은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연간 119달러를 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무료배송과 음악 스트리밍, 무료 비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2007년부터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제공해 왔는데 이 서비스가 가입자 확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쿠팡은 2021년 6월에는 일본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는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총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한 것도 한국 시장만 보고 한 게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그 모델을 아시아 다른 국가들로 확장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일본 서비스가 그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기업', 기업가치 72조원의 '유니콘'이라는 모습의 이면에 쿠팡의 또다른 얼굴이 최근 나타났다. 지난 6월17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가 일어난 후, 김범석 의장이 사임해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작부터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해 직원들의 잇따른 과로사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물류센터 화재 진압 도중 김동식 119 구조대장이 순직하자 SNS에선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 앱을 삭제했다는 글들이 더욱 많이 올라왔다.

지난 5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스코와 쿠팡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 사망사고를 예로 들면서 "한국과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ESG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위험한 노동환경 개선 요구에 침묵하는 위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FT는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과 급성장하는 매출액을 거론하면서, 이러한 성공 신화 뒤에 대부분 일용직과 계약직 노동자들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문제를 지적했다. 또 '로켓배송' 덕에 쿠팡의 매출이 급증했지만, 극단적인 노동강도로 인해 배달 노동자 9명이 과로로 사망했다면서 쿠팡은 이 같은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쿠팡에 3억달러를 투자한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은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많은 투자들은 여전히 재무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문제라고 보도했다.

쿠팡의 회사 소개 홈페이지에는 쿠팡 뉴스와 보도자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보고서 등이 있지만 ESG 관련 내용은 없다. 쿠팡이 빠르게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ESG에 대해 신경쓰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난해 13%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고, 2030년에 47%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회사라고 한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쿠팡이 이전부터 ESG를 중시하는 경영을 했더라면 노동자들의 과로사나 물류센터 화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쿠팡 탈퇴와 불매 운동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쿠팡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회사라도 성장 추이에 따라 왜 ESG 경영이 필요한지, 얼마나 ESG에 신경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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