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친환경 경영’ 선언…환경·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

한정애 환경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지난달 21일 SK이노베이션 대전 환경과학기술원을 방문해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왼쪽 두번째) 등과 SK종합화학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수년간 산업계는 친환경 경영에 대한 기대와 부담을 함께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는 국내 ‘효자 산업’이라는 타이틀과 ‘위험한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들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인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빈번한 안전사고 발생과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 탓이다.

다행히 석유화학업계는 순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재활용, 특히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통한 환경보호 정책을 발표했고 이를 통해 엄청난 잠재력과 풍부한 시장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도 이미 동의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심각…‘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사업’ 박차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해양쓰레기의 80%로 추정되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도 해양 플라스틱을 2019년 대비 내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저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미 플라스틱이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플라스틱을 감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화학 기업들도 발벗고 나섰다. SK종합화학의 경우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키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스토리데이’(Story Day) 행사에서 기존 사업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된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키 위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SK종합화학은 8일 울산시청에서 송철호 울산시장과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사업, 즉 친환경 도시유전 사업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SK종합화학은 2025년까지 약 6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축구장 22개 크기인 약 16만m² 부지에 열분해 및 폐 페트(PET) 해중합 방식, 즉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재활용하는 공장인 도시유전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사업 중 최대 규모다.

GS칼텍스는 그동안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복합수지를 기반으로 자원 효율화 및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 원료 적용 확대에 주력했다. 복합수지는 화장품 용기, 자동차 및 가전 부품 등의 원재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능성 플라스틱으로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만 생산하고 있다.

특히 GS칼텍스와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플라스틱 공병의 체계적인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이 협약을 통해 매년 아모레퍼시픽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재활용하고 이를 화장품 용기 등에 적용키로 했다. 아모레퍼시픽 제품 적용 비율은 올해 20%, 2025년에는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 효성은 업사이클링 활동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제주·서울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투명 폐페트병을 분리수거 및 재활용해 친환경 섬유 ‘리젠’을 만든다. 효성첨단소재의 에어백 원단도 패션소재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또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울산2공장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11만 톤 규모 ‘C-rPET’ 공장을 신설한다. C-rPET는 폐 페트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로 생산한다.

소비자 접점 높은 유통업계의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문제는 석유화학업계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합리적인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적으로 국민들이 플라스틱 제품 사용 패턴을 바꾸고 재활용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석유화학 기업들도 무한 재활용 플라스틱, 썩는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실제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선보이는 유통업계의 행보가 중요해 보인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산업에서의 친환경 경영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통업계의 친환경 경영은 바로 국민들 인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유통기업들이 국민에게 주는 영향력은 물론 이제는 유통기업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출시하는 제품에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적 노력이 녹아 있지 않다면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의 업사이클링을 활용한 친환경 경영 사례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마트와 포스코는 한국피앤지, 해양환경공단, 테라사이클과 함께 ‘플라스틱 회수 캠페인’을 진행한다. 칫솔, 샴푸 통, 식품 용기 등 생활 속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획 행사로 수집한 폐플라스틱은 철강재와 결합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빙그레도 동종 업계 최초로 요플레 컵에 탄산칼슘을 혼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바나나맛우유 용기에 리사이클링 플라스틱을 35%(약 1890톤) 사용했다. 또 환경 보호를 위한 ‘분바스틱(분리배출이 쉬워지는 바나나맛우유 스틱) 캠페인’도 실시했다. 이 캠페인은 다 마신 바나나맛우유 공병을 100% 재활용해 손쉬운 분리배출을 도와주는 도구로 업사이클링하고 소비자에게 분리배출 가이드와 함께 제공한 친환경 캠페인이다.

이 밖에 투썸플레이스가 지난 7일 CJ대한통운, 락앤락과 ‘탄소 제로(ZERO) 협의체’를 구성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카페·물류·생활용품을 대표하는 각 3사는 이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고 각 기업 친환경 프로젝트와 연계를 통한 유기적인 ‘탄소 ZERO 다자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협의체는 오는 11월까지 매장에서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수거, 실생활에 사용가능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투썸플레이스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수거해 세척, 건조하면 CJ대한통운이 회수하는 방식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