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스페이스 허브’ 출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사업장에서 엔진을 검수하는 모습. (사진=한화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1000억 달러(약 12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우주산업이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분야로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우주개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한 단계 더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한화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한화의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Space Hub)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민간 기업과 대학이 함께 만든 우주 분야 연구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한화는 KAIST 연구부총장 직속으로 설립되는 연구센터에 10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100% 해외 의존한 ‘인공위성 심장’ 국산화 돌입

스페이스 허브는 지난 3월 출범한 우주 사업 총괄 본부격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와 인공위성 전문기업인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와 KAIST의 첫 연구 프로젝트는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인 위성 간 통신기술(ISL) 개발이다. ISL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필수 기술로 위성 간 데이터를 레이저로 주고받는 게 핵심이다.

저궤도 위성은 기존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ISL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 대 위성이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또 운항 중인 비행기와 배에서, 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오지에서도 인터넷 공급이 가능해진다.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위성통신·에어모빌리티 사업에 곧바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한화는 지난달 25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2025년까지 80억 원을 투입해 ‘저장성 이원추진제 추력기’를 함께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추력기는 인공위성의 궤도 수정, 자세 제어 등을 담당한다. 위성 수명과 직결돼 ‘인공위성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지구 중력, 다른 행성의 인력 등이 위성의 운항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데 인공위성은 수시로 추력기를 작동해 궤도와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동안 정지궤도위성에 적용된 이원추진제 추력기는 전량 독일 등 해외 기업 제품에 의존해왔다. 이번에 ㈜한화와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에 나선 추력기는 정지궤도위성이 더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장성 이원추진제’ 시스템이 적용된다.

정지궤도위성은 발사체에서 분리 후 임무 궤도까지 자체 추력으로 올라가야 하고 15년 이상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작동을 해야 한다. 이원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를 각기 다른 탱크에 저장하는 이원화 방식으로 연료량 조절이 가능해 효율성이 높고 많은 연료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

이 밖에 항공우주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첨단 우주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인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추력기 개발 사업은 올해 시작하는 10개 과제 중 하나다. ㈜한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위성 단일추진제 추력기를 생산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납품된 추력기는 다목적실용위성, 차세대중형위성 등에 장착돼 현재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저장성 이원추진제 추력기 개념도. (그래픽=㈜한화 제공)
한화만의 항공우주 기술 컬래버레이션 공개

과기부와 미국 항공우주청(NASA)은 지난 5월 27일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달 기지 운영과 달 자원 개발 협력 등을 담은 협정) 추가 참여를 위한 서명을 실시했다. 미국은 197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0여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은 이를 위한 국제협력 원칙으로서 아르테미스 약정을 수립하고 있다.

본격화된 한국의 우주산업 확대 행보에 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각자 위치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견고한 ‘트라이앵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를 통해 전 계열사의 특장점과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한화만의 항공우주 기술 컬래버레이션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한화는 나로호의 고체엔진 킥모터와 위성추력기를 개발하며 발사체 기술력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제한이 해제된 고체 연료 발사체 개발 및 공급에 주력함으로써 우주 발사체 개발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미 방산 1위 기업으로 군사용 로켓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25년 이상 위성 추진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국내 항공우주 사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와 올해 10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제작과정에 참여해 액체 엔진 제작과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 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인수해 위성 본체 및 핵심 기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도 확보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영국의 위성 안테나 기술 벤처 기업인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함으로써 수천 개의 위성과 지상 기지국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저궤도 위성 통신 안테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 허브 관계자는 “KAIST와 공동으로 설립한 우주연구센터를 기반으로 발사체 기술, 위성 자세 제어, 관측 기술, 우주 에너지 기술 등 민간 우주 개발과 위성 상용화에 속도를 높일 다양한 기술을 함께 연구할 것”이라며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데도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