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기업 배터리 내재화 우려 속 과감해진 ‘K배터리 전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 ‘K-배터리, 세계를 차지(charge)하다’에서 행사에 앞서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며 오토바이용 교체 배터리를 직접 들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업계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완성차기업들은 배터리 내재화 의지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1억 달러를 지분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관련 업계의 전략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또 정부는 지난 8일 LG에너지솔루션 충청북도 오창 제2공장에서 ‘2030 이차전지 산업(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2030년까지 배터리산업에 국내 기업들이 40조 원 이상 투자한다. 정부는 민간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동시에 세제 혜택과 금융을 지원한다. 전문 인력도 연간 1100명 이상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업계, 합작 행보 가속화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팽창에 맞춰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K배터리’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 배터리기업들도 급박하게 변하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기업과 미국 완성차기업의 합작 투자도 연이어 발표됐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배터리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와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합작 제1공장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제2공장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1·2공장 총 투자 금액 5조4000억 원 중 약 2조 원을 LG에너지솔루션이 출자한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복수의 독자 배터리 공장을 추가 신설키로 했다. 신설 독자 공장과 GM과의 합작 공장, 그리고 기존 운영 중인 미시간주 공장의 생산 능력을 모두 합치면 140GWh 이상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도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22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을 건설 중으로 이 1·2공장 총 투자 금액은 약 3조 원이다. 또 2025년 125GWh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에 포드와의 합작으로 기존 계획을 초과하는 190GWh까지 생산능력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를 비롯해 GM, 포드 등의 완성차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음에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배터리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확대 추세에 따라 향후 배터리 시장은 물론 전기차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한국과 중국 양강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시장을 K배터리가 집중 공략해 글로벌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세대 이차전지 R&D에 20조원 투입 예정

중국 중심으로 흘러가던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310만대에서 2030년 5180만대로 17배,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139GWh에서 3254GWh로 23배 급증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 기준 약 34%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2030 K배터리 발전 전략 발표는 국내 배터리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선 국내 대표 배터리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과 소재·부품·장비기업 30여 곳은 2030년까지 총 40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 중 20조1000억 원은 차세대 이차전지 R&D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배터리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반도체가 우리 몸의 머리 같은 존재라면 배터리는 동력의 원천인 심장”이라며 “전동화, 무선화, 친환경화 등 산업의 미래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주력산업으로 키워가기 위해 정부가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 솔루션 ‘배터리 허브’ 위해 15조 투자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자리에서 2030년까지 국내에 15조100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을 ‘글로벌 배터리 기술과 인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3대 핵심 과제를 포함한 국내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이 투자 전략에는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세계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R&D 및 생산기술 삼각허브 구축 ▲LG IBT 설립을 통한 배터리 전문 인력 육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협력을 통한 밸류체인 강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현재 기준 180조 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처음 발을 내디딘 것처럼 LG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 이차전지 양산을 시작했고 2009년 세계 최초로 현대차와 협력해 리튬이온 전지를 자동차에 적용한 이후 전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며 “보유 특허 수 2만4000여건으로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생산 능력 세계 1위 등의 기록을 세우며 기술력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투자는 국내를 배터리 R&D 및 생산기술 메카로 육성하고 소재의 국산화를 가속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위한 생산기술 확보 및 생산라인 증설 등에 12조4000억 원을 투자한다. 또 LG화학은 배터리 관련 첨단 소재 기술 개발 및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2조7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