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래차 정책과 자동차업계의 과감한 투자 등이 결실

‘G80 전동화 모델’ 외관. (사진=제네시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강화’와 ‘2050 탄소중립 선언’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 기술이나 친환경 대체연료 사용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18년부터 미래차 산업 정책을 강화했고 국내 자동차업계도 친환경차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결국 올해 하반기에 국내 친환경차 100만대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공개된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보급된 친환경차는 93만8966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6%가 늘어났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5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친환경차 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6.5%, 수출은 3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차 비중 전체 4% 육박…보조금 의존도 높아

친환경차는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차를 모두 포함한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가 76만45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9% 증가했고 전기차는 15만9851대, 수소차는 1만4532대로 각각 50.7%, 98.7%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친환경차 등록 대수가 82만329대였고 올해 5개월 만에 약 12만대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에 2만4000대 수준의 친환경차가 보급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추세라면 국내 친환경차는 올해 3분기 중에 100만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경쟁력과 공급 능력에 힘입어 친환경차 생산을 증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2025년쯤에 전기차만 100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며 내연기관 개발은 2030년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20년 주요국 전기동력차 보급현황과 주요 정책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동력차는 294만여 대가 판매됐다. 전기차가 202만여 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91만여 대, 수소차는 8200여 대가 판매됐다. 전년과 비교할 때 전기차는 34.7%,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는 73.6%, 수소차는 9.3%가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전기동력차는 전년 대비 59.9%가 증가한 19만8000대로 2019년 글로벌 7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테슬라가 44만2000대로 판매량 1위, VW그룹(폭스바겐·포르쉐·아우디)이 38만1000대로 2위, GM그룹은 22만2000대로 3위를 기록했다.

국토부 통계에 나타난 것처럼 국내 친환경차의 비중 변화 추이도 가파르다. 2015년 말 18만361대에 불과했던 국내 친환경차는 2016년 24만4158대, 2017년 33만9134대, 2018년 46만1733대, 2019년 60만148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등록 자동차 중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0.86%에서 지난해 말 3.37%로 급상승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는 3.82%로 조만간 4% 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각국 전기차 시장이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내 보조금 정책의 구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차량용 반도체 대란, 배터리 원자재 부족 등의 공급 물량 차질을 극복하는 것부터 전기차 충전소 부족, 충전요금 인상 등의 국내 전기차 인프라 문제를 극복하는 것까지 여전히 친환경차를 보급하는데 있어 장애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수입차, 하반기 국내 기업들과 진검 승부 돌입

국내 친환경차 100만대 시대를 조기에 맞이할 수 있는 요인 중 역시 하반기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신차의 역할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최근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출시된 데 이어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현재 10개 차종에서 12개 차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지난 7일 첫 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을 출시했다. G80는 제네시스의 첫 번째 고급 대형 전동화 세단이다. 내연기관 모델 파생 전기차인 G80는 고급 편의사양은 물론 뛰어난 동력성능과 전기차 특화 신기술을 대거 적용해 높은 상품성으로 전동화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올해 3분기 중에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JW(프로젝트명)도 출시할 예정이다. 또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이번 달 중 출시한다. 이 밖에 한국GM도 볼트 EUV를 하반기에 출시하고 쌍용자동차도 브랜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오는 10월 유럽에 선출시하면서 국내 출시 일정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전기차의 국내 진출 이후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푸조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에 전기차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대형 전기 세단 더 뉴 EQS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차는 완충 시 무려 700㎞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는 플래그십 순수 전기차 iX, X3 기반 순수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인 iX3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아우디 고성능 전기차 e-트론 GT, RS e-트론 GT와 볼보의 첫 양산형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도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내외 전기차 업체들의 경쟁모델은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Y다. 특히 테슬라가 하반기 배터리 개선을 통해 생산원가를 대폭 낮추기로 한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테슬라가 한국과 중국 등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