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평가기관 난립, 시장에 맡겨야”

글로벌 경영 화두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부상하면서 ESG 평가의 공정성 및 객관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결정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재무적 성과만을 고려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탈피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은 사내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ESG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다. 평가기관별로 평가지표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치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ESG 표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K-ESG 지표’다.

이에 대해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은 지난 15일 “K팝, K푸드처럼 한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ESG지표를 과연 해외에서 인정해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이날 한국지배구조원 여의도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 주요 투자자나 평가기관들이 K-ESG 지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K-ESG 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이드라인’ 역할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ESG 경영 및 평가와 관련한 일문일답이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이 지난 15일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현 시점에 ESG가 부상한 이유를 꼽는다면?
“ESG가 왜 갑자기 부상이 됐는지 의아했다. ESG는 결코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한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사실 예전부터 있었던 개념인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발생 원인을 환경오염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탓이다. 다양한 시장 주체들은 ESG로 귀결되는 변화를 각자 준비해왔다.

지난 2019년 미국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BRT)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입장 표명을 했다. 기업의 목적이 20년 만에 전환된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 지난해 굴지의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연례 서신을 통해 기업의 ESG 측면 개선 활동을 촉구하면서 기업 투자시 ESG 경영 활동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영향력 있는 인사의 발언으로 ESG 열풍이 확산됐다고 본다.

스튜어드십(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코드의 확산도 ESG 경영 트렌드에 영향을 끼쳤다. 영국이나 일본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관들이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ESG평가결과를 고려하는 추세가 생겨났다.”

-ESG평가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평가기관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보니 가중치도 다르고 평가방법의 적절성도 다르다. 예를 들어 ‘이사회 독립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배당의 적정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와 관련해 평가기관마다 의견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매년 평가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 3년 단위로 평가하는 곳도 있다. 평가 결과가 다양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SG평가기관의 난립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경쟁력 없는 평가기관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여러 평가기관들을 검토한 결과 공정하고 독립적이라고 판단한 기관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K-ESG지표가 국내 기업들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에 ESG 평가 모형이 없는 기관들은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ESG 경영의 필요성보다 이에 대한 거부감, 부담감만 생길 우려가 있다. 기업들은 ESG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컨설팅사에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 그 중 자원이 한정된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컨설팅 비용은 크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의 ESG경영 수준은 글로벌 사회에서 어느 정도인가.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격년으로 아시아 국가 기업들의 거버넌스 수준을 평가해 발표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11개국 중에 9위에 그쳤다.

또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서도 최근 국가별 ESG 지수를 공개했는데, 우리나라는 1등급을 차지했다. 무디스는 신용평가기관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중점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에 재정건전성을 높이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신용평가기관 입장에선 우리나라의 등급을 높게 산정할 수밖에 없다.

ACGA와 무디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한국의 ESG수준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