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가 영업시간·인원제한 폐지 요구

14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거리두기4단계 조치 불복 기자회견’에서 김기홍 자영업자비대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매출이 감소하고 대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12일부터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4단계 조치’까지 실시되며 영업에 타격을 입자 결국 성난 자영업자들은 심야에 차량 시위를 감행했다. 매출 감소와 방역 지침 위반에 따른 피해를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울분에서다.

자영업자 대출액 832조원 육박…2012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831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8% 증가했으며 통계를 발표한 2012년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 자영업자 대출액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합친 민간대출(3065조1000억원)의 27.1%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 속도도 빠르고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9.5%)의 두 배 가까이인데다 저축은행·카드·대부업체 등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24.4%에 달했다. 고금리 대출이 증가하면서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도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17일부터 7월1일까지 골목상권 자영업자(521명 응답)를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 및 하반기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골목상권 자영업자 열 명 중 여덟 명(78.5%)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작년 상반기 대비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21.8% 감소했다.

업종별 매출액 감소폭은 △옷가게·화장품가게·꽃가게(25.8%) △식당, 카페 등 음식점(25.2%) △노래방·세탁소 등 기타업종(24.9%) △미용실·피부관리소(24.5%) △슈퍼마켓, 편의점, 정육점 등 식료 소매점(19.9%) △부동산, 인테리어, 자동차수리점 등 개인서비스(19.4%) △학원(예체능 포함, 16.3%) 등의 순이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액 감소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지속으로 골목상권 경기 악화(58.2%)를 가장 많이 꼽았고 △같은 상권 내 동일 업종 간 경쟁 심화(16.2%) △경쟁 상권 활성화로 해당 상권 침체(15.7%)라고 응답했다.

골목상권 경기 악화는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재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44.9%는 작년 상반기 대비 고용인원이 감소했고 49.6%는 변동이 없었다. 고용인원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5.5%에 불과했다.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은 올해 하반기 골목상권 경기도 어두울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 자영업자 중 절반이 넘는 65.3%가 올해 하반기 매출이 작년 하반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11.7%의 감소를 예상했다.

생존권 위협 받는 자영업자들, 결국 심야 기습시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결국 심야 기습 시위로 터져 나왔다.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4일 밤 11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손실 보상금 지급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집합 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차량 시위를 벌였다.

김기홍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나온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게 문을 닫아서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믿는 것이냐”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당장 자영업자는 폐업하고 빚더미에 앉는데 정부는 아직도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집합 금지 인원 기준을 철폐하고 손실을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비대위의 심야 차량 시위에 대해 불법 집회로 규정하면서 현행범으로 검거하는 등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들의 시위가 계속 이어질 경우 양측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앞서 한경연 조사에도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 경기 활성화를 위해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및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35.2%) △최저임금 인상 자제 등 인건비 부담 완화(23.7%) △전기·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부담 완화(16.5%) △보조금 지급, 금융지원 등을 통한 신규 창업 활성화(15.5%) △골목상권 업체 대상 사업 컨설팅 지원(8.3%)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영업제한 등의 명령을 내릴 경우 법에 따라 자동으로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인 손실보상제주에 대해서 법제화가 필요(42.8%)하다고 응답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본 조사가 최근 델타 변이 등 코로나 재확산 이전에 시행됐음을 고려할 때, 현재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하반기 전망은 이번 조사결과보다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라며, “신속한 집단면역 형성과 거리두기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자제, 공공요금 할인·지원 등 골목상권의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