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조선·자동차 등 매출액, 코로나19 이전보다 못할 듯

이번 달 1~20일 수출은 전년보다 30% 넘게 증가하면서 올해 하반기 수출에는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 실물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속으로 소비 회복세가 미진한 모습이다. 특히 주력 제조업의 올해 하반기 매출액과 수출액은 지난해는 물론 2019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상반기 대비 기저효과가 줄고 업종별 편차도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주력 제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에서 빠르게 회복되면서 반도체 부족, 철광석·원유 등의 부품소재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공급망 불안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국내 주력 제조업이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을 수립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유망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따른 기저효과·특수성 감안 필요

올해 하반기 제조업계는 전반적으로 매출 개선이 예상되지만 일부 업종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9일 발표한 9개 주력 제조업(정유, 조선, 자동차, 가전, 섬유, 자동차부품, 바이오헬스, 반도체, 석유화학)의 ‘최근 2년 간 경영실적 대비 하반기 전망’을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주력 제조업의 올해 하반기 매출액은 전체 평균 기준으로 지난해 및 2019년 대비 각각 8.9%,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유, 조선, 자동차 등 일부 주력업종의 매출액은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9년 하반기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항공유를 중심으로 주요 석유제품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역성장이 예상된다. 조선도 선박 신규 수주 실적이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2~3년 내외 시차가 발생하는 업종 특성상 최근 수주 증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문제 지속과 내수 판매의 상대적인 부진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반도체와 석유화학은 2019년 대비 20% 이상 매출 성장이 전망됐다. 반도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지속 및 가격 상승, 대형 데이터센터용 서버 반도체 수요 확대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효과, 전방산업 수요 회복이 반영됐다.

이 밖에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의 수요 효과를 보고 있는 바이오헬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소비 증가로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가전, 마스크 등 방역용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섬유 등도 2019년 하반기 대비 소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하반기 전망을 발표하면서 “2019년보다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들의 경우 대체로 코로나19 관련 제품의 소비 확대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와 특수성으로 인한 외관상 성장을 배제한다면 업종에 따라 본격적인 수요 회복과 경영실적 개선으로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호조세 지속…원자재價·기업 규제 극복이 관건

일단 하반기 시작 첫 달인 이번 달 1~20일 수출은 전년보다 30% 넘게 증가하면서 올해 하반기 수출에는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수출 326억 달러, 수입 36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32.8%(80억4000만 달러), 수입은 46.1%(115억1000만 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특히 델타 변이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하반기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우리 기업들이 선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이 급등하고 부품소재 수급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산업구조 개편과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책을 강구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경련 통계를 살펴보면 9개 주력 제조업의 올해 상반기 전체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14.4%, 2019년 대비 6.0% 증가했고 수출액은 각각 32.7%,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대비 8.9%, 2019년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수출액은 각각 20.0%, 1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계에 가장 큰 위험요인은 원자재 가격 급등을 비롯해 환경기준 강화 등의 기업 규제인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등 한국 수출 주력업종별 협회의 정책 담당 부서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최근 주력 제조업의 위험요인으로는 ‘원자재 리스크(국제유가, 원재료 수급 등)’가 33.4%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책 리스크 ▲노동 리스크 ▲물류·운송 리스크 순으로 조사됐고 기타의견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이 제기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주력 제조업 기업들의 최근 가장 큰 애로사항은 원자재(Raw Material), 규제(Regulation), 노동(Labor), 물류(Logistics) 등 ‘2R2L’로 요약할 수 있다”며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국내외 규제 강화 대응, 노동 경직성, 선박 및 컨테이너 수급난과 물류 운임 상승에 따른 기업 부담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번 달 중반까지 반도체, 승용차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이번 달 전체 수출이 9개월 연속 증가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변수 속에서도 하반기 수출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출액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전년보다 13.2% 늘어난 3078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