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마케팅부터 조직구조 개편까지 ‘남다른 행보’가 핵심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18일 서울시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 매장에서 대형유통매장의 방역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매년 여름이 되면 유통업계는 남다른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공략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예년과 좀 다른 전략이 필요해졌다. 특히 올해 여름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4단계 거리두기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함께 겪고 있다.

최근 대형 백화점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외식·숙박업계 등은 여름휴가철 특수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는 기업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랜드가 최근 젊은 경영자들로 계열사 이사회의 한축을 구성한 것도 코로나19 등의 위기 극복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 위해 80년대생 CEO 파격 선임한 이랜드

비대면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이커머스 확대 등 혁신적인 벤처기업들이 성장해 유통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 유통기업들도 이런 현상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각자의 방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이랜드 역시 한층 더 젊은 경영자들의 감각과 창의력에 승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는 지난 19일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이츠의 신규 대표에 업계 최연소 경영자를 선임하는 인사 안을 발표했다. 1년 6개월 간 진행해온 경영자 세대교체를 끝내고 혁신경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먼저 그룹 유통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안영훈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1981년생으로 유통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책임자(CEO)다. 애슐리, 자연별곡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는 황성윤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인하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황 대표는 1982년생으로 역시 업계 최연소 CEO다.

이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 모델을 주도해온 안 대표의 리더십이 차세대 유통 모델 혁신에서도 십분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또 황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도 가정간편식(HMR)과 배달 서비스, 애슐리퀸즈 업그레이드 등의 혁신 과제를 진두지휘하며 외식사업 부문 성장 모멘텀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요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면 배치했다”며 “이를 통해 혁신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집콕’ 겨냥한 공격적 신제품 출시 잇달아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경기침체 요인이 시장을 점령하면 아무래도 기업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실물경제 최전선에 있는 유통업계는 모든 행보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런 시기에 더욱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각자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유통업계가 위기에 빠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온라인 판매망을 제대로 구축한 기업이나 면역력 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 등은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KGC인삼공사의 경우 무더위 속 건강관리를 위한 ‘슬기로운 여름생활’ 프로모션을 다음달 1일까지 진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원격수업과 재택근무가 확대돼 집콕 생활을 하거나 휴가철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하는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건강관리 콘셉트가 이번 행사의 특징이다.

특히 정관장 브랜드는 언제 어디서나 휴대와 섭취가 간편한 ‘홍삼정 에브리타임 여름기획세트’ 한정판을 선보였다. 테이크아웃 제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40포로 구성하고 차박(차를 이용한 숙박), 캠핑족 니즈에 맞춰 ‘캠핑체어’ 굿즈를 증정한다.

농심켈로그는 여름 시즌 한정판으로 국내 시리얼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열대 과일 망고와 바나나를 조합한 ‘망고 바나나 그래놀라’를 출시했다. 상콤달콤한 열대 과일에 꿀을 더해 달콤한 풍미를 극대화한 아이스크림도 등장했다. 배스킨라빈스는 7월 ‘이달의 맛’으로 열대 과일 망고와 바나나 조합에 꿀이 조화를 이루는 ‘꿀·바·망’(꿀에 빠진 바나나와 망고)을 출시했다.

오프라인 유통기업들도 차별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마트는 홈캉스 먹거리 할인전을 기획했다. 간편 조리가 가능한 피코크 간편식을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숙성한우 등심을 20% 할인가에 준비했다. 산지인 충북음성·경기부천 축산물공판장에서 직접경매로 공수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서머 브레이크 세일을 통해 농협안심한우 구이류 전 품목을 최대 40% 할인한다.

코로나19 방역 안전 연결한 신개념 테마도 선보여

쿠팡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쿠팡 플렉스 건당 배송 단가를 인상했다. 쿠팡 플렉스는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자신의 차량을 통해 배송을 하는 아르바이트다. 쿠팡은 지난 16일 플렉스 배송 단가를 건당 최고 20~25% 한시적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지역의 경우 배송 건당 최고 3000원까지 지급한다. 쿠팡이 플렉스 단가를 올린 것은 4차 대유행이 확산하면서 폭증한 주문 수요를 충족키 위한 것이다. 인상분은 모두 쿠팡이 부담한다. 실제로 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 지침이 발표되면서 재택근무 강화와 외부활동 축소 현상이 늘어나 쿠팡에서 생필품을 사려는 주문이 몰리고 있다.

롯데온은 온(ON)택트하우스 시즌2 행사를 거리두기 단계 완화 시점까지 지속한다. 상품을 총 11개 테마로 나눴다. ‘쟁여두면 든든한 식품’ ‘떨어지면 난감한 필수품’ ‘지금 면역력이 필요한 때’ 등 테마에 맞는 상품을 선정했다. 생수·화장지·비타민 등 약 200개 상품을 최대 25% 할인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되고 거리두기 방침도 강화되는 등 어려운 영업환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활용해 방역 안전을 돕는 것에 주력하는 것도 전략”이라며 “이제 홈캉스, 재택 등에 맞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