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합종연횡도 유행…소재사까지 동반자 관계 형성

SKIET 폴란드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1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팽창에 맞춰 배터리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K배터리’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 배터리기업들도 급박하게 변하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배터리업계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와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마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제41차 경제중대본 겸 제13차 뉴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배터리·백신 3대 국가전략기술의 65개 핵심기술·시설에 대해 2023년까지 2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배터리업계 입장에서 상당한 호재다. 이미 정부가 지난 8일 ‘2030 이차전지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2030년까지 40조 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시너지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배터리 3사, 완성차업계와 협업에 방점 찍고 진격

국내 대표 배터리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과 소재·부품·장비기업 30여 곳은 2030년까지 총 40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 중 20조1000억 원은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개발(R&D)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 지원책은 국내 배터리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제너럴모터스(GM)와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합작 제1공장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제2공장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1·2공장 총 투자 금액 5조4000억 원 중 약 2조 원을 LG에너지솔루션이 출자한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복수의 독자 배터리 공장을 추가 신설키로 했다. 신설 독자 공장과 GM과의 합작 공장, 그리고 기존 운영 중인 미시간주 공장의 생산능력을 모두 합치면 140GWh 이상이 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PO)에 4종의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등록된 상표들은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유일하게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다. 폭스바겐이 앞으로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장착하겠다고 밝힌 데다 전반적인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어 삼성SDI의 이번 행보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22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을 건설 중으로 이 1·2공장 총 투자 금액은 약 3조 원이다. 또 2025년에는 125GWh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에 포드와의 합작으로 기존 계획을 초과하는 190GWh까지 생산능력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배터리기업들은 글로벌 완성차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며 “여기에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비롯해 분리막, 동박 등을 생산하는 주요 배터리 소재기업도 소재 공급을 위해 배터리기업과 동반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기업, 유럽·미국 중심 외연 확장

국내 배터리 소재기업들의 해외 진출지는 아무래도 배터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인 유럽과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소재기업들은 주로 국내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고 중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일부 진출한 상태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사업은 이번 달 증설 계획을 발표한 6만 톤 규모 포항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국내에 연 16만 톤 생산체제를 조기에 완성하고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에도 11만 톤 생산공장을 신설해 연 27만 톤까지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한다. 음극재는 인조흑연과 실리콘 음극재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17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요 완성차기업과 배터리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제품 공동개발을 비롯한 기술 협력도 확대해 나갈 방침으로 일단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주력 사업인 이차전지 양극재 성장에 힘입어 분기 최대 경영 실적을 연속으로 달성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지난 22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1%, 영업이익은 773.9% 증가했고 분기 최대 경영실적을 기록한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4.4% 늘어났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주력 사업인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SKIET는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축차연신, CCS 코팅 등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얇으면서도 튼튼한 분리막을 제조해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SKIET 역시 외연 확장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기준 10억3000만㎡ 연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폴란드, 중국 등의 국가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2024년 생산능력은 27억3000만㎡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기차 약 273만대 분량에 분리막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밖에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1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아직은 국내에만 양극재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진출이 임박한 상황이다. 국내 고객사인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조지아주 1공장에서 본격적인 배터리 양산을 앞두고 있고 삼성SDI도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선제적인 해외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