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중국의 기업 단속을 피해 탈출한 외국인 자금이 브라질 등 다른 신흥 증시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국의 기술기업에서 빠져나간 돈이 한국·대만으로 유입될 것으로 관측됐다.

4일 글로벌 분석기관 TS롬바르드는 '중국이 아니면 어디에 투자?'란 제목의 투자 자료에서 중국의 규제 단속을 피해 탈출한 외국인 자금이 신흥증시 내에서 순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재개방 흐름을 크게 탈선시키지 않지만, 중국의 규제 불확실성은 신흥 증시의 투자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TS롬바르드는 “최근 (중국이) 교육업체까지 단속하면서 외국인이 중국 증시에 대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으로 평가했다. 주식 가치 평가 시 할인율로 사용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상승하면, 주식 가치는 그만큼 낮아진다. 특히, 중국 기업이 해외 상장 시 우회적인 외국인 투자 경로로 사용했던 가변이익실체(VIE)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자국 기업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은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시 일종의 서류 회사인 VIE를 중국 본사와 연결 통로로 삼았다. 월가에는 중국 정부가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추싱을 단속하자, VIE를 불법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TS롬바르드는 지난달 디디추싱 단속을 반영해 중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대폭 축소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편 신흥국 이동성 지표가 지난해 말 코로나19 제2파 때보다 훨씬 양호하다고 롬바르드는 진단했다. 이동성 지표는 대표적으로 구글이 발표하는 이동성 지수(GMI)로 주거지, 직장, 소매점, 교통수단 등의 이동 또는 유동 인구 상태를 집계한 것이다. 양호한 이동성과 속도를 올리고 있는 백신 접종에 힘입어 일시 멈추었던 신흥국의 경기 회복 흐름도 재개될 것으로 롬바르든는 예측했다.

베타계수가 높은 특성이 강한 신흥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다. 고베타는 전체 흐름을 반영하는 비율이 높다는 뜻으로 평균보다 더 큰 폭으로 출렁인다는 의미이다. 또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흐름을 보면, 외국인은 여전히 신흥 증시에 대해 기준치 대비 비중을 축소한 상태다. 긍정적인 세계 경기와 이를 반영하는 신흥국의 특성, 중국의 규제 단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국에서 돈을 빼 신흥국 다른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롬바르드의 판단이다.

주요 수혜국으로 한국·대만·브라질·인도를 꼽았다. 다만, 최근 상승 폭이 큰 인도 증시의 미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4배로 10년 평균치를 웃돌아 고평가 상태다. 코로나19에 가장 피해가 컸던 브라질은 상품 수요와 지속적인 경기 부양에 힘입어 회복 흐름으로 돌아섰다. 특히 외국인이 중국 기술기업에 돈을 빼 포트폴리오 재조정 차원으로 한국·대만에 투자할 것으로 관측했다.

( 사진=연합뉴스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