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중심 성장 본격화…“기업가치 제고로 딥체인지 완성”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한 스토리 데이 행사에서 회사의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및 E&P(Exploration & Production, 석유개발) 사업을 독립 회사로 각각 분할시켜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사업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각각 분할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후 오는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각각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두 사업의 분할이 결정됨에 따라 향후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Green Portfolio Designer & Developer)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회사로서 기업가치 제고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린 영역을 중심으로 R&D, 사업개발 및 M&A 역량 강화를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와 분리막(LiBS) 사업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새롭게 추진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BMR, Battery Metal Recycle) 사업도 본격적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이미 김준 총괄사장이 지난달 1일 ‘스토리 데이’에서 밝힌 바 있다.

두 사업의 분할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각각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도 신설되는 회사로 각각 이전된다.

SK배터리 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 등을, SK이엔피 주식회사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각각 수행하게 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사업별로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환경에 더욱 폭 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 중심 성장 전략(Carbon to Green)을 가속화해 기업가치를 집중적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며 분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분할 전후 조직도. (그래픽=SK이노베이션 제공)
배터리 사업 분사, 글로벌 경쟁력 확보 터닝 포인트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은 ‘1테라와트 +α’ 규모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Top’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지난달 1일 ‘스토리 데이’에서 밝힌 바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는데,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 빠른 속도로 확대시켜 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에는 미국 포드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SK 배터리 사업은 다양한 방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내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해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시장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BaaS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 실행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 배터리 사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 상시적인 배터리 생애주기 측정(Life Cycle Assessment, LCA)과 개선을 추진하고, 이에 기반해 2030년 RE100 달성 추진, 2035년 카본 넷 제로(Carbon Net Zero)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수립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15-1 해상 광구.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E&P 사업분사, ‘카본을 그린으로’ 구체적 실행·성장

SK이노베이션은 E&P 사업 분할에 대해 ‘카본을 그린으로’(Green Transformation)라는 그린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을 통해 E&P 사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 경험 및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석유가 탄소 발생 이슈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인 만큼 석유개발 사업을 가장 잘 아는 회사로서 석유 생산 단계에서부터 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석유 정제 및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다시 지하 깊은 구조에 영구저장하는 그린 사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E&P사업은 이미 지난 5월 CCS 사업 관련 국책과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그린 비즈니스 분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의 E&P사업은 SK가 유공을 인수한 직후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위해 유공에 자원기획실을 설치한 1982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 10개 광구 4개 LNG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김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