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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 내는 취약 기업

한국금융硏 “은행 자산 건전성 양호할 때 기업구조조정 시작해야”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장사해서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못 내는 취약 기업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상장기업과 일부 비상장기업중 금융보험업 등을 제외한 총 2520개 사중 이자보상배율 1을 하회하는 취약기업의 비중은 39.7%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의 35.1%보다 2.7%포인트 상승한 것은 물론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8년 말 33.2%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50.9%)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영업이익을 총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하면 취약 기업으로 분류한다.

경제 회복세에도 재무악화 기업 늘어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20년 4.6배로 1년 전의 4.1배보다 소폭 상승했다. 즉 기업의 전체적인 재무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으나 기업 간 차이가 심화됐다. 보고서는 취약 기업 증가의 배경으로 △ 기업의 수익성 악화 △ 취약 기업의 지속 기간 장기화 등을 꼽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취약 상태 지속 기간이 4년 이상인 장기존속 취약 기업은 전체 취약 기업(1001개 사)의 34.0%인 340개로 추정됐다.

업종별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한 항공·숙박 음식 등의 업종에서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크게 하락했다. 기업 수 기준으로는 조선·자동차 등에서, 여신 기준으로는 기계장비·조선·철강 등에서 취약기업의 비중이 높았다.

한국은행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이 증가하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기업 부실이 늘어날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자산 건전성 및 손실흡수 능력이 양호할 때 장기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 위원은 ‘재무 상태 악화 기업 증가 가능성에 대비한 향후 기업구조조정 추진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세에도 재무 상태가 악화한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4년 이상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기업 비중이 2010년 9.4%에서 2020년 13.5%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이자 지급 능력이 악화한 기업이 확대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은행의 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인 부실징후기업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하면서 신용위험평가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실징후기업 수는 157개로 전년(210개)보다 53개 줄었다. 그러나 구 위원은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수행할 경우 향후 구조조정 대상기업 수가 많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잠재적으로 부실징후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세부 평가 대상 기업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세부 평가 대상기업 수는 지난해 3508개로 전년(3307개)보다 201개 늘어났다. 은행은 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기본평가를 최근 3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 중 하나에 해당하면 세부평가 대상에 올린다. 회계연도 기준 최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 등 다른 기본평가항목들도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해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한 뒤 산업위험, 영업위험, 경영위험, 재무위험, 현금흐름 등에 대한 세부평가 이후 구조조정 대상기업인 부실징후기업(C, D등급)으로 선정한다.

장기적으로 재무구조 악화된 기업들 구조조정 필요

구 위원은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장기적으로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 위원은 이어“잠재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은 향후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이 양호할 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구조조정 충격을 줄이는 데 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부문인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0.62%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0.97%를 기록했던 부실채권 비율은 2019년 말(0.77%), 2020년 말(0.64%)로 꾸준히 개선됐다. 또 같은 기간 은행의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대손충당금적립률(총대손충당금 잔액/부실채권)은 137.3% 수준으로 양호하다.

구 위원은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지연되지 않고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기업구조조정의 출발점인 채권은행의 기업 신용위험평가에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같은 지표를 사용해도 되는지부터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19 이후 해당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 변화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발굴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장기적으로 재무 상태 개선이 미흡한 기업에 대해 먼저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업 신용위험평가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구 위원은 이어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과 신속금융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구분해 각각의 프로그램으로 경영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수행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확대 중인 사모펀드(PEF) 등 자본시장을 통한 방법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bw@hankooki.com
  • (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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