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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어떤 투자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다양한 ‘투자’ 형식…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
  • 이전의 투자관이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화폐단위로 측정되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었기에, 만일 사회책임을 고려해 투자한다면 수익 극대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필자는 이십여 년 전 증권회사를 다니다 영국 유학을 떠났다. 런던 도착 후 며칠 지나 구입한 신문을 통해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투자’를 알게 됐다.

ESG투자를 처음 접했을 때 ‘형용 모순’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사회 책임’과 ‘투자’는 곧 ‘똑똑한 바보’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그 이전까지 필자가 갖고 있었던 투자관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기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전의 투자관이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화폐단위로 측정되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었기에, 만일 사회책임을 고려해 투자한다면 수익 극대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당시 금융의 역사가 깊은 런던에서는 다양한 투자관들이 논의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요즘 국내에서도 화두인 ESG투자였다. 그러한 투자 담론을 접했을 때 실로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일반적으로 투자관은 세 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첫째, ‘돈은 많이 벌 수 있지만 사회적 가치가 마이너스인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이런 형태의 가장 극단적 투자사례로서 마약거래, 성매매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아동 노동이나 과잉 노동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업, 카지노나 대부업, 무기나 주류, 담배 제조업 및 유통,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도 여기에 해당된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일 수도 있다. 수단과 방법을 불문에 부치는 투자이기도 하다. 또 이 같은 투자관은 가장 전통적인 투자로서 돈은 돈을 늘리기 위해서만 투자돼야 하고 외부적으로 해악을 끼쳐도 무방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두 번째로 ‘당장 돈은 덜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투자’가 있다. 또 ‘사회적 환경적 가치도 플러스인 투자’이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수소환원제철법 등 각종 탄소저감 기술, 친환경 기술, 인적자본 투자, 이해관계자 관계 관리, 종업원 복지, 여성인재 육성 등이 있다.

언뜻 봐서 단기간에 투자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투자 아이템들이다. 물론 이러한 투자에는 불확실성과 위험이 내재하고 무엇보다 투자 회임기간이 길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성마름과 조급함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요한다. 이런 투자의 필수불가결한 견인차는 인내다.

세 번째 투자는 위 첫 번째 투자와 대척점에 서 있는 투자다. 즉 ‘돈은 조금 벌거나 못 벌 수도 있지만 사회적 가치가 플러스인 투자’를 말한다. 이런 투자에는 취약계층 및 소외계층 지원사업, 각종 돌봄 서비스, 소셜 벤처 투자, 사회적 기업 투자, 각종 임팩트 프로젝트, 소셜 임팩트채권 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단기간은커녕 장기적으로 봐서도 돈을 쉽게 벌 것 같지 않은 투자다. 하지만 이들 투자자들은 화폐가치로 직접 측정되는 투자수익 못지않게 그들이 투자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창출한 사회적 외부화의 총합까지 수익으로 고려한다. 앞서의 투자가 수단 방법 안 가리는 투자였다면 이 세 번째 투자는 수단과 방법을 더욱 존중한다.

일반적으로 투자철학은 위 세 가지 스펙트럼 하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투자는 달리 말하면 ‘머니 퍼스트’(Money First) 투자다. 화폐적 단위로의 성과 측정이 용이하고 역사적으로 그 방법론이 확립된 일반적인 투자관이다. 하지만 여기서 특정 투자자의 경제적 혜택은 여타 이해관계자나 사회구성원의 손실과 상충관계일 경우가 많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이를 본격적으로 규제하거나 지양하는 투자다.

세 번째 투자는 ‘임팩트 퍼스트’(Impact First) 투자다. 화폐적 단위로의 객관적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로 확산되기 어려운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사회적 순기능을 다하는 투자로서의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나 선관주의 의무(Fiduciary duty)에 부합하느냐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자선펀드, 대학기금, 임팩트 목적 투자기관들 및 일부 연기금들이 도입하고 있다.

위의 두 번째 투자가 스펙트럼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ESG투자다. ‘머니 앤 임팩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투자다. 서구 금융 선진국들에서는 지난 이십여 년 간 이 투자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이 전개됐고, 이제는 실험실에서 자본시장의 필드로 옮겨와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의 핵심 요소가 리스크와 리턴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에 임팩트(ESG)가 추가된 것이다. 기간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하면 리스크, 리턴, 임팩트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조합한 투자가 최적의 투자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다양한 투자관들이 존재할 수 있고, 그 스펙트럼 내에서 선택은 각 투자 주체들의 자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후진국형 투자와 선진국형 투자는 분명 존재한다. 머니 퍼스트는 절대빈곤형의 후진국형이라 할 수 있고 임팩트 퍼스트는 가치지향형의 선진국형이다.

ESG투자는 그 중간지대에 속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유엔(UN)에 의해 이미 선진국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각 투자 주체들은 이제 어떤 투자를 선택할 것인가. 적어도 공적 기금들부터 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프로필

KAIST 경영대학원 대우교수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과 (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고객사에 ESG 분석과 운용 전략을 자문하는 ESG 전문 리서치 회사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형 사회책임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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