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에 추월당하고 결함 은폐 의혹으로 수사까지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하반기 첫 국내 성적표에서 테슬라를 꺾고 전기차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에서도 전기차 분야의 황제로 군림했던 테슬라 질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차량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채 국내 판매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테슬라코리아와 미국 본사,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사기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 것이다.

이 고발인은 테슬라 일부 모델에 적용된 ‘히든 도어 시스템’이 사고로 전력이 끊긴 상황에서 탑승자를 구조하기 어렵게 하는 중대한 결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결과를 봐야겠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던 테슬라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하반기 첫 국내 성적표에서 테슬라를 꺾고 전기차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전기차 시장에 전운까지 감돌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 7월 테슬라 꺾고 판매량 1위

국내 전기차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의 판도가 너무 급격하게 바뀌고 있어 하반기 전체 전망이 어려울 정도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지난 3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달 3976대가 등록돼 ‘7월 승용 전기차 판매’ 부문 1위에 올랐다.

2위는 1471대가 등록된 기아 니로였고,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EQA(281대), 르노삼성 조에(118대), 스마트EV 이브이 제타(109대), 쉐보레 볼트 EV(70대), 아우디 e-트론(64대)이 뒤를 이었다. 전기차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테슬라는 22대(모델3+모델Y)에 그쳤다.

테슬라는 지난 6월 4860대를 판매했던 것과 비교해 판매량이 99.5%나 급감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년 동월(64대) 대비로도 65.5% 줄었다. 특히 아이오닉5는 올해(1~7월) 누적 판매량이 8628대로, 누적 판매량 1만1651대인 테슬라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판매 부진은 재고 물량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슬라가 보통 분기 첫 달 직전 분기에 들여온 물량을 판매하고 남은 재고만 판매하는 방식 때문에 7월 판매량이 급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그동안 테슬라의 독주를 감안하면 7월 판매량이 업계의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주춤한 사이 아이오닉5가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아이오닉5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를 전기차 원년이라고 선언하면서 선보인 상징적인 전용 전기차다.

아이오닉5는 공개 때부터 폭발적 관심을 받았지만 상반기 출고 지연 문제를 겪으며 판매량 증가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안정적 공급이 시작되며 지난달에만 3976대를 넘는 판매량을 기록해 판매량 증가에 가속이 붙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흐름 속에 올해 3분기 안에 국내 친환경차도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보급된 친환경차는 93만8966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6%가 늘어났다.

물론 이 중에는 전용 전기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브리드차가 76만45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9% 증가했고 전기차는 15만9851대, 수소차는 1만4532대로 각각 50.7%, 98.7% 늘어났다.

하반기 전기차 시장, 국내외 완성차업체 격전장으로

기아가 지난 2일 전용 전기차 EV 시리즈 첫 모델 The Kia EV6(이하 EV6)를 출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본격적인 전기차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 EV6는 사전예약 첫날 기아 승용 및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을 통틀어 역대 최대 기록인 2만1016대를 시작으로 사전예약 기간 동안 총 3만대가 넘는 예약대수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지난달 7일 첫 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이하 G80)을 출시했다. G80는 제네시스의 첫 번째 고급 대형 전동화 세단이다. 내연기관 모델 파생 전기차인 G80는 고급 편의사양은 물론 뛰어난 동력성능과 전기차 특화 신기술을 대거 적용해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두 번째 전기차 GV60도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은 하반기 새로운 전기 SUV 모델인 볼트 EUV를 국내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쌍용자동차도 브랜드 첫 준중형 전기 SUV인 코란도 e 모션 양산에 돌입하는 등 국내 전기차 시장의 열기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기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푸조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대형 전기 세단 더 뉴 EQS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차는 완충 시 무려 700㎞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는 플래그십 순수 전기차 iX, X3 기반 순수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인 iX3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아우디 고성능 전기차 e-트론 GT, RS e-트론 GT와 볼보의 첫 양산형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도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내외 전기차 기업들의 최대 경쟁모델은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Y다. 특히 테슬라가 하반기 배터리 개선을 통해 생산원가를 대폭 낮추기로 한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테슬라가 한국과 중국 등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기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보조금 정책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며 “차량용 반도체 대란, 배터리 원자재 부족 등의 공급 물량 차질을 극복하는 것부터 전기차 충전소 부족, 충전요금 인상 등의 국내 전기차 인프라 문제를 극복하는 것까지 여전히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데 장애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