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57%↑·마늘 46%↑·석유류 20%↑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채소 신선식품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 2분기 우리나라 ‘밥상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률은 10년 만에 최고치다.

OECD와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전체 평균(1.6%)의 4.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추석 명절을 한달 앞두고 명절에 많이 구매하는 소고기, 돼지고기, 계란, 사과, 배 등의 물가가 치솟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최근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석달 만에 돼지농장에서 발생해 돼지고기 가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계란 파동 이어 돼지열병으로 ‘金겹살’ 사태까지

한국의 2분기 물가 상승률 7.3%보다 높은 국가는 터키(18.0%), 호주(10.6%)뿐이다. 사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한국 식품물가 상승률은 1분기 1.7%(25위), 2분기 2.5%(26위)로 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에 속했다. 심지어 2019년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할 정도였지만 1년 만에 주요국 최상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태풍 등 좋지 못했던 기상 여건이 일단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줬다”며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이 지속되면서 주요 식품 출하량이 크게 줄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2.6% 각각 상승했다. 전월 대비 전기·수도·가스, 농축수산물은 하락했지만 공업제품, 서비스가 상승해 전체적으로 0.2% 상승했다. 또 전년 동월 대비 서비스, 공업제품,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상승해 전체적으로 2.6% 상승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7% 각각 상승했고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1.2% 각각 상승했다. 특히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는데 전년 동월 대비 식품은 4.4%, 식품 이외는 2.8%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품목별로는 계란이 57.0% 급등해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며 “이로써 계란 가격은 올해 1월(15.2%)부터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과·배·수박 등 과일과 돼지고기·쇠고기·닭고기 등 고기류, 마늘·고춧가루·미나리를 비롯한 각종 채소류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폭염과 태풍 등 기상 여건 악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 등의 영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등어, 오징어, 마른 멸치 값도 ‘껑충’…추석민심 요동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물가당국은 이번 달 안으로 ‘추석 민생안정 대책’ 등을 발표해 물가안정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AI로 인해 닭 등의 살처분 조치를 받은 농가를 대상으로 보상금 지급을 서두르겠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닭고기와 계란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0일 경기 화성시 소재 산란계 사육농장인 양지뜰농장을 방문해 산란계 재입식(닭을 다시 들이는 것) 및 계란 수급상황 등을 점검했다. 양지뜰농장은 지난해 12월 23일 AI로 산란계 살처분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 1차관은 이날 “민생안정품목인 계란 가격이 조속히 안정되기 위해서는 생산 기반의 조속한 정상화가 중요하다”며 “살처분 농가의 원활한 산란계 재입식 지원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규모를 150억 원에서 350억 원으로 확대하고 8~10월 중 지원금리도 한시적으로 1.8%에서 0%로 인하하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언급한 ASF도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ASF 발생농장의 사육돼지를 살처분하고 농장 출입통제, 집중 소독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경기·강원 지역 돼지농장과 축산시설, 축산차량에 대해 이동중지명령을 수시로 발령하고 있다. 해당 축산농가에 큰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가격이 치솟고 있는 돼지고기 가격이 ASF로 더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ASF로 돼지농장과 축산시설 등에 이동중지명령이 발령되면 돼지고기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특히 폭염이 심할수록 돼지고기 구매액이 높아지는 추세까지 감안하면 이번 추석 민심이 상당히 요동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반찬거리인 고등어와 오징어 가격도 비상이 걸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산물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5% 낮은 120.13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6~2020년 평균보다 7.5%가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수를 구성하는 14개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고등어, 오징어 등의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고등어 소매가격은 kg당 8154원으로 평년 121.4%, 전년 105.1% 수준으로 치솟았다. 오징어의 경우도 kg당 1만5623원으로 평년보다 39.5%, 전년보다 20.4%가 올랐다. 마른 멸치의 경우 지난달 소매가격이 kg당 2만9620원으로 평년 112.3% 수준까지 올랐다.

이와 같은 신선식품 가격 인상은 곧바로 가공식품으로 옮겨지고 있다. 제과, 라면 등은 계란과 밀가루 등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대한제분,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을 추진하자 농심, 오뚜기, 삼양 등의 라면 제조사들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라면 가격 인상은 가공식품 연쇄 인상을 주도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그간 7000만개 수준이던 수입 계란 공급량을 월 1억개까지 확대키로 했다. 8~9월 각각 1억개 계란을 수입해 수입란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계란 가격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추석 전 축산물 수입도 늘린다. 평년 대비 소고기는 10%, 돼지고기는 5% 수입을 확대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강원 고성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켓컬리, EDLP 정책으로 시중보다 약 23% 저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물가 상승률은 전 산업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비상이 걸린 유통업계는 자구책 마련과 함께 소비자 밥상물가 안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의 최저가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새벽배송업체인 마켓컬리의 경우 채소,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 중심으로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선보였다. 실제로 마켓컬리의 장바구니 필수 상품 23개 가격을 주요 오프라인 마트 3사 및 온라인 새벽배송 서비스 3사의 평균 가격과 비교한 결과 지난 6일 기준 약 23%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가 이번에 비교한 상품은 모두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식품류다. 적상추·무·오이·청양고추·흙대파 등 채소 10종, 한돈 목살·한돈 삼겹살·1+등급 특란·1등급 생닭 등 정육 8종, 국산 고등어·제주 갈치 등 수산 5종 총 23개 상품의 지난 6일 기준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주요 온·오프라인 마트 대비 가격이 가장 저렴한 마켓컬리 카테고리는 수산 상품으로 약 47%나 가격이 낮았고 채소 카테고리는 14% 정도 저렴했다. 수산, 채소뿐만 아니라 마켓컬리 정육 상품 역시 가격 경쟁력이 높았다. 최근 높은 가격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계란(1+등급 특란, 20구)은 마켓컬리가 온·오프라인 마트 대비 9.59% 근소하게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 정책을 시행해 고객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고 있다”며 “지난해 4월부터는 장바구니 필수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로 관리함과 동시에 잔류농약검사, 중금속 검사 등을 통해 안전성까지 확보해 판매하는 KF365를 출시하는 등 고객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점차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대형마트도 초저가 무한경쟁 돌입

편의점 CU도 최근 치솟는 물가상승에 맞서 올해 집중하고 있는 초저가 전략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전략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점포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유통 업태에서 지난 6월 편의점 매출 비중은 17.3%로 백화점(16.3%), 대형마트(15.1%)를 넘어섰다. 소량, 근거리 소비 확산에 맞춘 편의점의 초저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CU가 지난 4월 업계 최저가로 선보인 ‘헤이루(HEYROO) 득템라면’의 경우 기존 봉지라면의 4분의 1 수준인 개당 38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출시 초기 신라면, 짜파게티를 제치고 CU 봉지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 대비 최대 50% 가량 저렴한 990원짜리 즉석밥 ‘HEYROO 우리쌀밥’ 역시 1인 가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CJ햇반에 이어 즉석밥 판매량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CU 2분기 즉석밥 매출은 34.6%나 크게 올랐다.

CU는 편의점 장보기 트렌드에 맞춰 채소도 유통 구조를 축소해 중간 마진을 낮춤으로써 마트 대비 최대 55% 저렴하게 판매했다. 여름을 맞아 아이스크림 10개 이상 구매 시 개당 400원에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할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높은 할인율로 박리다매 전략을 펼친 결과 채소는 25.2%, 아이스크림은 21.7% 매출이 올랐다.

월 구독료로 일정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CU 구독쿠폰 서비스는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90.3% 증가했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그린세이브 서비스도 관련 매출이 87.4% 증가했다. 최근에는 중고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편의점 자체 물류를 이용해 가격을 낮춘 점포 간 택배도 이용 건수가 6.2배 늘었다.

CU는 3분기에도 N개 M원 균일가 할인 행사를 확대해 구매 개수에 따른 구간 할인 도입 등 고객 혜택을 강화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CU 맴버십 어플인 포켓CU를 통해 쌀, 휴지, 과일 및 채소, 가정간편식(HMR) 등 대용량 생필품들을 최저가 가격에 무료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GS25는 8월 한 달간 ‘생활물가 안정 행사’를 통해 농·축·수산물, 아이스크림, 즉석식품, 휴지 등 생필품 100개 제품을 할인하거나 1+1, 2+1로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달 초 일반 도시락의 절반 값인 ‘이딸라 도시락’을 출시했다. 롯데마트가 오는 18일까지 휴가철 캠핑용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50%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대형마트의 할인행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