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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라이벌 건설사 중흥 vs 호반

전략적 M&A로 지역 뛰어넘어 전국구로 영역 확장 경쟁
  • 중흥 건설 본사(사진 왼쪽)와 호반 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호반건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중흥과 호반. 호남을 근거로 하는 두 건설그룹이 최근 들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중흥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건설업계에서의 비약적인 규모 확장을 타진하고 있다. 호반은 대한전선과 다수 언론 매체의 인수에 적극 나서 중공업과 미디어 산업까지 포괄하는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최근 10년간 매출을 2배 이상 올리며 급성장을 거듭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근거지인 호남은 물론 세종 등 신도시 택지 개발을 적극 수주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이제 두 그룹은 지역 근거지를 넘어 전국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중흥, 주택 분야 큰 형님으로 껑충 뛰어오르나

최근 건설업계에서 가장 화두가 된 건은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소식이다. 지난달 30일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 컨소시엄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DB와 중흥이 합의한 입찰가격은 2조1000억원 수준이다. 중흥그룹은 이달 17일부터 대우건설 상세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흥과 대우 합병이 성사될 경우 예상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시장에서 갖는 규모의 증대다. 일단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등 중흥그룹 자산규모 현 9조2068억원에 대우건설 자산 9조8470억원을 더해 19조원 규모의 대형 건설사가 탄생하게 된다. 공사실적 등 지표로 산출하는 시공능력평가액도 급격하게 뛴다. 202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는 증흥토건 17위, 증흥건설 40위, 대우건설 5위이다. 세 회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을 단순 합산하면 11조8576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삼성물산(20조8461억원), 현대건설(12조3953억원)에 이어 건설업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중흥과 대우의 주력 사업 부문이 주택사업 분야로 거의 겹치는 만큼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미지수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의 조직, 인력 등은 변화가 없을 것이며 대우건설은 그대로 별도 경영을 하게 될 예정이다. 중흥건설과는 각자도생”이라고 밝혔다.

주택 공급의 규모나 영역면에선 큰 폭의 발전이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주택 3만4000여가구를 공급해 1개 건설사로서는 전국에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했다. 중흥건설이 비교적 약한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에서도 10년 동안 서울 소재 단지 총 22곳사업을 수주했다. 서울 강남 지역은 사업 수주가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이 같은 장점은 중흥이 지역 건설사로서 받던 제약을 다소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해석된다.

다만 대우건설 노조가 이번 인수를 졸속 매각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KDB인베스트먼트가 중흥 컨소시엄에게 재입찰 기회를 주고 인수가격을 낮춘 점을 들어 밀실매각, 특혜매각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오는 18일부터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중흥 컨소시엄이 당초 인수가격으로 2조3000억원을 제시했으나 이후 재입찰에서 2000억원을 낮춘 바 있다. 노조는 중흥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다고 주장하면서 총파업을 통해 실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조, 미디어 등으로 사업 다각화 나서는 호반

호반그룹은 서울신문과 전자신문, EBN 등 복수의 서울 소재 언론사 인수를 진행하고있다. 서울 우면동에 위치한 호반건설 본사에 방송용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전자신문TV(가칭)를 론칭하는 등 영상 미디어 사업도 자체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은 당초 광주지역 민영방송사 KBC광주방송 대주주였으나 지난 6월 지분 39.6%을 정리했다. 대한전선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겼고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방송법 규정에 걸린 탓이다. 다만 이 법은 케이블 채널 등 다른 방송 사업에 대해서는 지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호반이 광주 외 지역에서도 시청권역을 확보할 수 있는 케이블 경제방송 론칭을 통해 방송사업에 복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호반그룹의 미디어 사업에 대한 공격적 인수 의도에 대해서는 미디어를 통한 대외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공동주택사업은 입지적 조건 외에도 시공사의 브랜드 가치가 자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미디어 사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은 기존의 대형 건설사들이 브랜드 단지를 선점하고 있어 지방 중견 건설사는 시장 진입도 어려운 형편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4월 서울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역마진까지 불사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강남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시공이익이 250억원인 사업에서 390억원을 무상품목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브랜드 격차를 이기지 못하고 삼성물산에 시공권을 내줬다.

건설업계에서 이 같은 미디어 전략이 성공한 사례도 존재한다. 태영건설이 SBS 민영방송을 설립해 건설사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호반그룹은 최근 인수한 대한전선을 통해 광케이블 사업을 재개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타진하고 있다. 국내외 5G 설비 시장을 겨냥해서 광케이블을 추가 공급하기 위해 공장설비를 확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이후 통신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한 투자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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