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시작과 동시에 주가가 올랐다. 이번 상승으로 분명해진 점이 하나 있다. 당분간 코스피가 3200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실적과 유동성 수준을 감안할 때 주가를 밑으로 밀어낼 힘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3300을 넘지도 못할 것이다. 미국 시장이 빠르고 강하게 오른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최고점을 경신한 후 소폭 등락에 그친다면 우리시장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면 가장 현실적인 그림은 코스피가 상하 3%내에 갇히는 형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지수에 영향을 주는 대형주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중소형주가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데 반도체나 2차 전지를 만드는 회사보다 장비와 소재를 만드는 회사가 더 각광을 받을 것이다.

연초 상승 이후 조정에 들어갔던 2차전지 주가가 하반기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출시 확대와 각국 정부의 환경규제 정책 강화로 배터리 수요 증가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분위기가 좋아졌다. 2020년 전세계 2차전지 수요 중 전기차 비중이 67%로 절반을 넘었는데 2030년에는 해당 비율이 86%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대로라면 10년간 빠른 성장이 이어지는 게 된다.

현재 전세계 2차전지 생산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95% 정도 된다. 10년간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2030년까지 수요 증가에 맞춰 연평균 23%씩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2차전지 장비와 부품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유럽 자동차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에 나설 경우 수주가 더 늘어날 수 있다. 2차 전지를 생산하는 기업과 장비와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이해 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2차 전지를 생산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LG화학 등 국내 3사에는 경쟁자가 증가해 악재이지만 부품업체는 수요처가 늘어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소재와 장비 업체 중 규모가 크지 않고,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장비업체에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

메타버스 관련주도 계속 관심 모을 듯

또 하나 관심을 가져야 할 부문이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단어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하면 ‘가상현실’만 떠올리지만 스마트 팩토리부터 GPS를 이용한 가상지도 서비스까지 생활과 밀접한 부문에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메타버스가 온라인 게임과 다른 점은 사용자가 사회적인 소통망과 공연 관람 등 다양한 활동을 가상 세계 내에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9월에 네이버가 만든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블랙핑크가 팬 사인회를 열거나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 에서 선거 활동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 대학교’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이루어졌던 여러 이벤트가 가상세계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메타버스 시장은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있는데, 2030년에 세계 시장 규모가 1,170조원에 달할 걸로 기대되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나눠져 있는 활동이 메타버스 한 곳으로 모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메타버스의 성장성에 주목해 페이스북은 조만간 회사의 핵심 역량을 소셜 미디어에서 메타버스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헤드셋 등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 판매로 시작해 곧 광고와 가상 상품판매로 영역을 확장할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사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동안 제페토 하나뿐이던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 SK텔레콤이 두 번째 플랫폼 ‘이프랜드’를 내놓았다. 아직은 3D 아바타와 가상공간에서의 미팅에 집중하고 있지만 곧 패션, 유통, 광고 등 다양한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KT는 미디어 부문을 수직 계열화해 메타버스 콘텐츠 공급 역량을 키우고 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될 경우 통신사는 5G 통신망의 핵심 서비스를 자체 보유하게 되므로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

성장성 있는 중소형주를 계속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

주가의 방향성이 사라지고 업종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식을 산 후 가격이 떨어지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중소형주에 의한 종목 장세가 펼쳐질 때 개인투자자가 좋은 성적을 낸 예가 거의 없었다. 종목의 변화 속도가 빨라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투자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중소형주는 성장성에 주목하는 투자 방법이다. 지난 7월에 미국의 성장주가 12% 상승하는 동안 가치주는 오히려 1% 하락한 것을 보면 지금 시장의 대세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성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소형주에 투자해야 한다. 이들은 당분간 업황이 정점을 찍고 크게 내려올 가능성이 없고, 일시적으로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빠른 시간에 다시 제자리를 찾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2차 전지와 반도체 장비와 소재 기업 그리고 메타버스 등도 여기에 속해 있다. 지금은 이익보다 주가가 높지만 성장이 예상했던 대로 이루어질 경우 고주가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게임업체들이 모두 이 과정을 거쳐 온 주식들이다.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 장세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좋은 주식을 꾸준히 보유하는 것이 유일한 극복 방안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