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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 後, 삼성 주력사업 ‘초격차’ 속도 붙나

반도체 사업에 투자·M&A 결단 필요…백신 역할론도 기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돼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됐다.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비공개회의를 통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결정을 그대로 승인하면서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곧바로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사옥으로 이동해 삼성 사장급 임원들에게 경영 현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후 그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선택”, 박 법무부 장관은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출소 후 잠행 없다…본격적인 현안 챙기기 나설 듯

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현안 챙기기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부문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의 점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특사 역할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광복절 연휴에 별다른 일정 없이 휴식을 취했다”며 “당분간 경영 관련 공식적인 행사가 계획된 것은 없고 자택에서 일부 경영 현안을 보고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에 20조 원 규모로 건설하기로 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에 대한 투자 조율과 사전예약에 들어간 갤럭시Z폴드3 등의 3세대 폴더블폰 상황 등 이 부회장이 챙겨야 할 현안이 산재해 있어 잠행이 길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장관은 지난 9일 이 부회장 가석방 허가에 대해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사회의 감정이나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재벌 총수의 출소 후 자숙하는 모습이 더 이상 미덕은 아닌 상황이다. 재계도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해준 점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경쟁에서의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의 국가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국 투자 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에 17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 규모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 공장 입지 등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부재로 삼성전자와 미국 간 최종 결정이 늦어진 측면도 있다”며 “이 부회장 복귀로 전반적인 삼성전자의 의사 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이고 특히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도 발 벗고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K-반도체’ 전략의 선봉장 역할 기대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본격화되면 반도체, 배터리 등 투자 의사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내 파운드리 신공장의 최종 부지 선정은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미국 현지에서는 텍사스주, 뉴욕주, 애리조나주의 삼성 파운드리 공장 유치전이 거의 1년 가까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 부회장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부문 투자금액을 171조 원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 평택캠퍼스 3라인을 내년 하반기까지 완공해 메모리 반도체 부문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평택 3라인의 클린룸(반도체 공장 내부)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공장이다.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미터 D램과 5나노 연산가능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으로 전자동 관리된다.

향후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에 극자외선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융합한 ‘HBM-PIM’과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초격차를 유지하며 세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면서 9년째 수출 1위를 유지 중인 반도체 산업은 최근 ‘산업의 쌀’이자 ‘전략무기’로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기술력 확보 경쟁은 민간 중심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키 위해서는 국내 반도체 제조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5월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발표 자리에서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대응키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이번 K-반도체 전략을 만들었다”며 “510조 원 이상 대규모 민간투자에 화답해 정부도 투자세액공제 5배 이상 상향, 1조 원 규모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이 지점에서도 중요해 보인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 기지가 된다면 국제 사회와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바라는 K-반도체 전략이 본격화되면 수출은 지난해 992억 달러에서 2030년 2000억 달러로 증가하고 고용인원은 총 27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행보를 배제하고 이 모든 것이 실현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출근길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취업제한 규정 유효…남은 재판들도 부담

이 부회장 가석방 직전 미국 현지 외신 등은 이 부회장이 출소 후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 특히 인수합병(M&A)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순현금 100조 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분야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 사업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은 됐지만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유효하다. 이에 법무부 장관이 예외를 승인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공식 등기 임원으로 경영 활동을 하기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익과 경제상황을 고려했다는 가석방 사유의 명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족쇄가 결국 풀려야 한다는 의미다. 일단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서 시급한 투자 결정 경영에 참여하겠지만 취업제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완전한 경영 복귀는 어렵다.

부정적 시선도 극복해야 한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가석방 후 경영 행보를 이어가는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배하고 있다며 고발을 예고했다. 경실련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취업제한 규정은 경제 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 행위자에게 형사벌 이외의 또 다른 제재를 가함으로써 범죄 동기를 제거하기 위함”이라며 “이 부회장의 출소 후 행보는 취업제한 규정에 위배돼 시민사회단체들과 논의해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법무부 측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가 취업제한 위반이 아니라는 발표를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현재 가석방과 취업제한 상태로도 국민적 법감정에 부응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 부회장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취업 여부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무보수·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이 부회장이 현재 신분을 유지할 경우 경영 참여가 취업제한 위반은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해제와 관련해 박 장관은 “고려한 바 없다”고 거듭 밝혀 여전히 이 부회장은 관련 법에 따라 가석방 기간에 보호관찰을 받게 되고 거주지를 옮기거나 한 달 이상 국내외 여행 시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의 다른 재판들도 삼성전자에게는 부담이 큰 사안이다. 현재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19일 법정에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에 관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지난 6월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매주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정식 공판기일은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있어 이 부회장도 법정에 직접 나와야 한다. 이 점은 향후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분명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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