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임상 통해 효능 논란 불식…앞선 경쟁사 따라잡기 과제

셀트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가 의료기관에 공급되기 시작한 지난 2월 17일 오후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 약국에서 관계자가 '렉키로나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오는 4분기는 셀트리온이 국내 최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의 글로벌 진출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임상 실험을 통해 그간 발목을 잡았던 효능 논란을 씻어냈다. 이제 글로벌 시장에 먼저 진출하고 투약 경험을 확보하는 과제가 남았다.

국제사회에선 백신을 통한 방역체계가 변이 바이러스의 돌파 감염에 속절 없이 무너지면서 치료제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셀트리온의 향후 어떻게 치료제 시장에 안착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과 공급계약을 맺고 선점한 모양새로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렉키로나주, 글로벌 3상 이어 투약 연령대 넓히기 도전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유전자 조합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주’(CT-P59·성분명 레그단비맙)의 허가변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12세 이상 소아나 성인인 경증 환자에게도 렉키로나주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게 주된 취지다.

현재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고위험군 중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에 한해서만 렉키로나주를 투약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나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렉키로나주를 투약한 국내 환자는 약 1만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셀트리온이 요구하는 것처럼 12세 이상 소아부터 허용된다면 치료제의 활용처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글로벌 임상 3상 실험에서 한국, 미국, 스페인 등 13개 국가의 환자 1315명에게 렉키로나주를 투약했다. 임상 결과 렉키로나주를 투여받은 환자군은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군에 비해 중증악화율(입원이나 사망까지 병세가 악화되는 비율)이 70% 감소했다. 이중 고위험군 환자끼리 비교하면 투약군과 위약군의 중증악화율 차이는 72%까지 벌어졌다. 증상이 개선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역시 렉키로나 투여군은 9.3일, 위약군은 최소 14일 걸려 4.7일 이상 단축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英 소트로비맙 선두…美 정부, 경구용 몰누피라비르 선구매

렉키로나주는 임상 2상까지는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타사 제품에 많이 뒤처진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었다. 2상 실험에서 위약군 대비 중증 환자 발생률은 54% 감소, 증상 회복 시간은 3일 줄이는 데 그쳤었기 때문이다. 최근 3상에서 치료 효과가 통계적으로 입증돼 관련 논란은 한시름 벗게 됐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남았다. 렉키로나주는 현재 한국과 파키스탄에 공급 중이고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두 곳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확보한 상태다. 유럽 시장은 유럽의약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품목허가 전 사용 권고'를 받았다. 유럽에서 렉키로나주를 처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소트로비맙(VIR-7831)은 공급계약까지 나아갔다. 지난 5일 GSK와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유럽연합(EU)에 소트로비맙 22만도스를 공급하는 내용의 협약을 EU 집행위원회와 체결했다.

긴급사용승인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에서 받아 렉키로나주보다 많다. 소프트비맙은 중증 및 사망 위험을 85%까지 낮추는 등 치료 효능도 높으면서 상용화까지 가장 근접한 제품에 속한다. 우리나라 보건 당국도 소트로비맙의 국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오는 4분기에는 경구용 치료제도 가세할 예정이라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화이자는 지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고위험군 성인을 대상으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 후보‘PF-07321332’의 임상 2·3상 실험에 착수했으며 4분기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 MSD는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3상에 진입, 오는 10~11월까지 실험을 마치고 연내 미국 FDA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정부와 MSD는 몰누피라비르 170만명분을 12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에 선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돌파감염에 백신 무력화…이제는 치료제가 답

증권시장에서는 올 4분기가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되는 기점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셀트리온 입장에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과 폭넓은 환자군에서 부작용이 없음을 입증해 최대한 많은 시장에 진출하는 게 올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수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렉키로나주 허가를 진행 중이며 유럽 허가는 10월 경으로 예상한다”며 “렉키로나주의 유럽 진출·판매 국가 확대가 향후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더 이상 백신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방역이 한계에 다다른 점도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백신접종 완료율이 절반을 넘긴 국가의 경우에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돌파감염으로 잇따라 집단방역에 실패해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백신접종률이 70%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인 이스라엘은 지난 6월 한 때 1일 신규 확진자수와 월간 사망자수가 한 자리수까지 떨어지는 등 집단 면역이 성과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다시 유행하더니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확진자수가 8698명까지 치솟는 등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역 전면 봉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 역시 국민 절반이 2차 접종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7일부터 신규 확진자수가 10만명을 넘기고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18일 미국 확진자수는 185만6115명에 달한다. 정부는 부스터샷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미국 LA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