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장서윤 기자]한국은행이 결국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에 나선지 10일 만에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하면서 하반기 ‘대출 보릿고개’가 예고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8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배경은 금융 불균형의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4차 대유행 상황이 진정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부동산·가계부채 잡기 위한 고육책

실제로 7월 소비자물가는 2.6% 상승해 9년여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는 올해 2분기에만 11.9% 올라 1991년(12.5%) 이후 30년 만의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012년 이후 9년 만에 2%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가계대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있다.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7월 증가액은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간 6조1000억원이나 늘었고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 증가세도 지난 6월 1조3000억원이 증가한 데 비해 7월에는 3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모든 지표가 가계대출의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과 가계 대출 증가를 잡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도 가계 대출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은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연봉)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시중은행에 요청했다. 신용대출 한도가 기존 연소득 1.5~2배에서 많게는 절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엄격한 관리에 들어가 주담대 관련 규제 사항을 은행들이 철저히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전세 연장 앞둔 세입자들 당혹, 자영업자 이자 부담도 우려

문제는 금리 인상과 대출 제재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은행들은 이미 올 초부터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실질적으로 올려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연 2.96∼4.01% 수준으로, 작년 7월 말(연 1.99∼3.51%)에 비해 하단이 0.97%포인트나 높아졌다.

주담대 변동금리(연 2.62∼4.13%) 최저 수준도 지난해 7월 말(2.25∼3.96%)에 비해 0.37%포인트 올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나 주담대로 집을 구매한 이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경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무주택자와 1주택자 대출도 제한됐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24일부터 오는 11월까지 신규 가계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을 모두 중단했다. 기존 대출의 증액과 재약정도 하지 않는다. 농협은행은 가장 먼저 23일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담대를 중단하고,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전세자금 대출 등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제한o중단한다고 밝혔다.

다급해진 건 전세세입자들이다. 집주인과 2년마다 전세보증금을 협의하고 연장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당장 전세 대출도 받기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전세 연장계약에 따른 추가 대출도 신규 대출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6일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금통위의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아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고 은행도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JP모건 “11월 추가 인상 후 내년 말 금리 1.25%까지 올릴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출 제재 방침이 경기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시행되는 금리인상은 경기 회복 속도를 더욱 빠르게 떨어뜨릴 전망”이라며 “특히 수출이 둔화에서 하강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부담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연내 한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교보증권 백윤민 책임연구원은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이 금융 불균형 리스크 대응으로 이동한 점을 볼 때 11월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 향후 통화정책도 금융불균형 리스크 대응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박석길 본부장도 보고서에서 “오는 11월과 내년 하반기에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내년 말 금리를 1.25%까지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