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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기준금리 15개월만에 인상…대출규제는 불가피

  •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각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대출 증가세는 걷잡을 수 없어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이미 이를 초과하는 수준의 대출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잠정적으로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24일부터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며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을, SC제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대다수 금융기관들은 아직 목표치까지 여유가 있어 금융권 전반으로 대출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대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조치였을 것이다.

이는 사실상 창구지도 성격이 강한 비상조치로, 그만큼 정부가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한발 더 나가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일정을 앞당겼다. 이어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를 제1금융권 수준으로 조이는 방안까지도 거론해 그러한 우려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다.

가계부채 증가는 현재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그 증가세가 놀랄 만큼 가파르다. 2019년 말 대비 올해 1분기 가계부채는 약 165조 원 증가했고 그 총량은 1765조 원에 이른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에는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첫째는 자산가격 상승에 올라타려는 고소득자·고신용자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고신용자 대출증가율은 2019년 10~12%대였으나 지난해 2분기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에는 21.2%에 이르게 됐다. 이에 반해 저신용자는 같은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10.7%라는 감소세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고신용자 대출증가는 특히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한 지역에서 뚜렷이 증가함으로써 이들 자금이 대부분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됐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연 소득 8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에게 DSR 40% 규제 적용방침을 밝히자 이들 수요가 저축은행과 카드론 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이 관찰됐다.

둘째, 2030세대 부채증가가 현저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30세대 금융권 가계 대출은 446조 5000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5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은행권 대출금 잔액은 259조 6000억 원으로 1년간 20.5% 증가했는데, 전체 세대 증가율 10.3%의 2배에 이른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패닉바잉’, 그리고 주식과 코인 등 변동성이 큰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채의 질이 낮고 상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2030 세대 대출의 41.8%는 제2금융권 대출로 나타났고 연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66.9%로 전체 세대의 231.9%를 초과했다.

셋째,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DSR을 사용하는데, 이는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을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DSR이 40%를 넘는 채무자를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DSR은 2019년 61.9%에서 지난해 62.6%로 소폭 상승했는데, 그 절대비율이 매우 높아 금리 인상이나 경제위기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타격에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36.7%에서 37.3%로 상승해 고위험군에 다가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잔액기준 비율은 2017년 67.9%에서 매년 상승해 올해 1분기에는 73.2%에 이르렀다. 전체 금융권의 경우 올해 1분기 비율이 31.8%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중채무자의 저축은행 쏠림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으로 대출 규제가 집중된 탓에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중금리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저축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저금리를 이용해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고소득·고신용자 계층이 부채증가의 주역이며 2030세대 및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비교적 상환능력이 취약한 계층의 부채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가계부채 문제는 심각하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2008년 71.0%에서 지난해 2분기 98.6%로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선진국은 76.2%에서 75.3%로 소폭 감소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았다. 2019년 기준 1년 미만 단기부채 비중이 22.8%에 이르러 프랑스(2.3%), 독일(3.2%)에 비해 크게 높았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7.2%로 프랑스(30.0%), 영국(28.7%)에 비해 상당히 높아 위기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낮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올해 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추진한다는 방침이 굳어지고 있고 한국은행도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바야흐로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고 금융은 긴축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추세를 반영했음인지 환율도 달러강세로 가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달아 국내주식시장에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형상 비교적 순조로운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와 이에 편승한 자산시장 투자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것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금리는 경제주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단기간 급속하게 올리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보면 대출규제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서두르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올바른 방향임을 알 수 있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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