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약정 미이행 주장하며 재매각 추진 의사 밝혀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8월까지 외부 경영진에 지분을 넘기고 회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던 당초 약속을 결국 파기했다.

남양유업은 1일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양사는 지난달 31일까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보통주 37만 8938주)를 한앤코에 3107억 2916만 원에 넘기기로 계약했으나 최종 결렬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가 과장광고 논란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홍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히고 한앤코와 지분 매각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이 경영권 이전을 위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하고 한앤코는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매도인과 매수인 간 갈등이 계속됐다.

홍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앤코가 약정을 이행하지 않아 매매계약을 파기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홍 회장은 “한앤코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도 위배하고 홍 회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며 “특히 거래종결 전부터 인사에 개입하는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계약은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고 계약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었지만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식 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다”며 “하지만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회장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한앤코와의 법적 분쟁이 정리된 후 재매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인용하면서 홍 회장이 새로운 매수자를 찾기까지 법적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