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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무늬만 ESG투자’에 대한 예방조치가 필요한 까닭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칼럼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이 도이치자산운용(DWS)의 위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문제에 대해 각각 조사에 나섰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7일 도이치자산운용(DWS) 주가는 하루 사이 14% 이상 폭락함으로써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이 DWS의 위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문제에 대해 각각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이슈는 지난달 1일 DWS의 ESG 투자 허위 과잉홍보 및 판매의 문제점들을 다룬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부터 촉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DWS 전직 지속가능 담당임원이었던 데지리에 휙슬러의 폭로를 근거로, DWS가 연례보고서 상에 실제보다 과장해서 ESG 운용상황 등을 공시했다고 집중 보도한 바 있다.

데지리에는 지난 2월 DWS 재직 당시, 최고경영진들 앞에서 자사 ESG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DWS가 ESG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도 없고 화석연료나 여타 ESG 이슈들에 대한 구체적 정책도 부재할뿐더러, 무엇보다 ESG팀이 투자운용 의사결정의 핵심 파트가 아니라 일종의 자문역으로서의 역할밖에 못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그는 연례보고서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3월 11일 해고당했다. 그는 자신이 DWS의 위장 ESG 수준을 비판했기 때문에 해고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독일 노동법원에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태는 현재 글로벌 ESG 투자 진영의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했다. 지난해 초부터 일기 시작했던 ESG 펀드 상승세에 자칫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1조 달러였던 전 세계 ESG 펀드 규모는 올해 6월 2조 2400억 달러 규모로 약 120%나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ESG 투자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DWS는 이러한 ESG 인기에 편승해 수탁고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자사 ESG 수준을 부풀렸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즉 ESG를 단순히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필자는 이 뉴스를 접하면서 6년 전 전 세계를 달궜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떠올랐다. 당시 폭스바겐 디젤 엔진에서 법정 기준치의 40배가 넘는 배기가스가 발생했지만, 폭스바겐은 그동안 센서감지 조작을 통해 법망을 피해 왔다.

하지만 그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당시 자동차업계 거물이었던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했고 우리 돈으로 수십조 원의 과징금, 보상금, 법적 소송비용 등을 부담하게 됐다.

이후 폭스바겐은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기업의 자리를 도요타에게 내주고 말았다. 브랜드 가치 역시 크게 하락했다. 6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하루아침에 글로벌 넘버원 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보여 줬다.

이제 우리나라로 와 보자. 이제까지 우리의 ESG 관련 규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도입됐다. 특히 환경 분야에 있어 배출권거래, 토양, 대기, 수질, 폐기물, 화학물질, 자연환경보존 등의 관련법들은 거의 대부분 제조업을 겨냥하고 있는 규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산업과 기업의 역사가 깊고 지구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의 경우에는 제조업 관련 규제 못지않게 금융 부문에 대한 ESG 규제와 이니셔티브들에 크게 주목한다. 금융과 투자 부문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심대한 까닭이다.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도 금융서비스업과 관련된 ESG 규제 등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속가능금융정보공개법(SFDR),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 녹색금융상품 표준 및 라벨링 제도, 기후변화 관련 벤치마크 지수, 신용평가 및 기업분석과정에 ESG 통합 등은 모두 금융 서비스업에서의 ESG와 관련된 규제나 정책, 이니셔티브들이다.

그 중에서도 SFDR은 우리나라에서도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SFDR는 금융회사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 및 그들이 판매하는 금융상품의 ESG 수준을 판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연합(EU) 정부가 2018년 도입한 법안이다.

이 법은 금융회사들 스스로 자사 ESG 수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자기규율 효과를 높이고 무늬만 ESG 투자를 방지함으로써 금융상품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ESG 투자로의 자본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ESG 전문 리서치 회사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ESG 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9%가 증가함으로써 지난 6월말 현재 7조 5570억 원 규모 ESG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2분기 자본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에서도 ESG 펀드로는 약 67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 ESG 펀드의 현 주소를 냉정하게 점검해볼 필요도 있다. 혹여 최근 ESG 유행에 편승한 무늬만 ESG펀드, 마케팅용 ESG상품이 출시, 운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DWS의 한국버전이 될 수 있다.

혹여 그러한 금융기관들이 존재하고 또 알려진다면 라임 옵티머스 사태로 가뜩이나 실추된 국내 자산운용업의 위상이 회복 못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우리 금융당국은 한국판 SFDR 도입을 검토하고 우리 금융기관들은 폭스바겐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판 DWS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프로필

KAIST 경영대학원 대우교수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과 (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고객사에 ESG 분석과 운용 전략을 자문하는 ESG 전문 리서치 회사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형 사회책임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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