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는 한물간 채 ‘모빌리티’ 기술 선점 경쟁

IAA에서 개회사를 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지난 7일 개막(현지시간)한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독일 ‘IAA(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 모빌리티 2021’에 참가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모비스, 보쉬 등 주요 자동차 부품기업도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을 선보였다.

오는 12일까지 총 6일간 열리는 이번 모터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사실상 처음 열린 대규모 글로벌 자동차 전시회라는 점에서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프랑크푸르트 전시회’로 알려진 이 행사를 올해부터는 뮌헨에서 개최하면서 미래차 최대 화두인 ‘모빌리티’를 전면에 내세우는 혁신을 보여줬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기업들도 오랜만에 유럽 한복판에서 미래차 신기술을 대거 공개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도요타 등 일본車 불참…선보일 기술 부족탓?

디젤 엔진을 탑재한 신차가 향후 5년 안에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전기차나 수소차, 재활용차, 자율주행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IAA도 모터쇼 정체성을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회’에서 ‘모빌리티 전시회’로 완전히 바꿨다. 미래 종합 모빌리티 경연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공식 명칭도 IAA에 모빌리티를 추가했다.

제네바·디트로이트·베이징 모터쇼와 함께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이자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도 잘 알려진 IAA는 선진 자동차 시장의 ‘바로미터’로서 명실상부한 유럽 최대 자동차 전시회다. 지난 70여 년간 홀수 해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다 올해부터 뮌헨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IAA 개막일인 지난 7일 개회사에서 “교통 분야는 탄소중립에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고 실제로 기여해야 한다”며 “자동차산업은 그 자체로 기후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해법의 핵심 부분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업계 추세가 뚜렷하게 e-모빌리티로 전환하고 있어 기쁘다”면서 “2년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던 IAA 때와 다르게 이제 모든 자동차기업이 전기차를 선보여 100만 대의 전기차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중요한 것은 기술적 개방성”이라며 “e-모빌리티가 주된 기둥이지만 수소와 합성연료도 기후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모터쇼에는 현대자동차그룹,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참가했고 현대모비스, 보쉬, ZF, 덴소 등 주요 자동차 부품기업도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모터쇼에는 이례적으로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기업들이 참가하지 않았고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와 유럽 완성차기업 푸조 피아트, 오펠 등도 참가하지 않았다.

(왼쪽부터)아이오닉5 로보택시,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의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 하반기 공개 예정인 아이오닉 브랜드 대형 SUV 콘셉트 실루엣.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현대모비스, 미래 모빌리티 이슈 선점

IAA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참가했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 6일 IAA 보도발표회에서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전체 배출량에서 제거 또는 흡수된 양을 차감한 실질적인 배출량) 제로(0)를 달성키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현대차의 ‘2045년 탄소중립’ 구상의 핵심은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 ▲차세대 이동 플랫폼(Next-generation Platform) ▲그린 에너지(Green Energy)를 축으로 한 ‘기후변화 통합 솔루션’이다.

이를 위해 전동화 역량을 확대하고 대체에너지 전환과 혁신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 결과로 미래 세대이자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번째 세대인 ‘제너레이션 원’(Generation One)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40년까지 차량 운행, 공급망(협력사), 사업장(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75% 줄인다. 또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화한다는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보도발표회에서 “현대차는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 아래 세상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이며 전 인류의 각별한 관심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IAA에 500㎡(약 160평) 규모 전시관을 마련하고 기후변화 통합 솔루션의 각 축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전시물로 꾸몄다. 향후 출시할 두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 콘셉트카인 ‘프로페시’(Prophecy)를 전시하고 하반기 공개 예정인 아이오닉 브랜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의 실루엣을 미리 선보이는 등 전동화 차량을 앞세웠다. 이른바 ‘클린 모빌리티 솔루션’을 선보인 것이다. 또 현대차가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도 이번 전시회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춰 비대면 마케팅 활동에 집중해온 현대모비스도 IAA에 참가했다. 이 전시회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현장 마케팅을 재개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6일 IAA 보도발표회에서 ‘모빌리티 무브’(Mobility Move)를 주제로 중장기 글로벌 영업 전략을 공개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등 현대모비스 주력 분야에 전동화부품 포트폴리오를 융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전기차 모빌리티 분야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IAA를 통해 전동화와 자율주행 30여 개 신기술을 선보였고 현장에서 글로벌 고객사와 직접 접촉하며 마케팅에 주력했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자동차 모듈과 핵심부품 부문 역량을 바탕으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확보해 온 전동화부품 포트폴리오를 통합한 스케이트보드형 모듈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글로벌OE영업부문장인 악셀 마슈카 부사장은 이날 보도발표회에서 “현대모비스는 창의력과 핵심 경쟁력을 결합한 제품 포트폴리오로 전동화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며 “그러한 과정에서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과의 유기적인 파트너십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BMW i4(왼쪽)와 iX. (사진=BMW그룹 제공)
벤츠·BMW 등 독일車, 첨단 전기차 모델 대거 선보여

IAA에는 전 세계 700여 개 자동차·모빌리티 기업이 참여했다. 눈길을 끄는 신차는 주로 전기차와 수소차였다. 앞서 언급한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자동차업계의 지형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2025년부터 전기차 모델만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모터쇼에서 럭셔리 전기차 라인업 4종을 최초로 공개했다. 전기 비즈니스 세단 ‘더 뉴 EQE’, 벤츠 G-클래스 전기차 버전인 비포장도로용 콘셉트카 ‘EQG’,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콘셉트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벤츠 고성능 브랜드 AMG 세단 ‘AMG EQS’가 각각 공개됐다.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IAA 패널 토론에서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해 우리는 지난 24개월 간 10년 동안 했을 진보를 모두 한 느낌”이라며 “전동화는 배출가스를 제로로 만들기 위한 핵심 경로”라고 강조했다.

BMW그룹은 IAA 핵심 주제로 ‘순환 경제’를 선정했다. ‘다시 생각하고,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RE:THINK, RE:DUCE, RE:USE, RE:CYCLE)는 접근법을 통해 미래 자동차에서 원자재 사용량을 현저히 감축할 수 있는 포괄적인 견해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BMW는 콘셉트카 BMW ‘i비전 서큘라’를 선보였다. BMW는 2025년까지 차량의 50%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 순환 경제가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전기차 모델 ‘iX’와 ‘i4’를 공개했고 수소전기차 ‘iX하이드로겐’도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도심형 모빌리티의 미래를 보여주는 첫 소형 전기차 ‘ID라이프’를 처음 공개했다. 2025년 출시될 예정인 ID라이프는 저가에 대량 양산될 예정이다. 아우디는 럭셔리 전기차 세단 콘셉트카 ‘그랜드스피어’를 공개했고 포르쉐는 전기 레이싱 콘셉트카 ‘미션R’을 선보였다.

도요타, 뒤늦게 배터리 16조원 투자 계획 발표

유럽에서는 빠르면 2030년 이후부터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만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종료하고 아우디도 2026년부터 새로운 순수 전기차만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유럽 완성차업계가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도 우선 전체 탄소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차량 운행 단계에서의 배출 저감을 위해 제품 및 사업 구조의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한다.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시장 진출이 다소 느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도요타 등의 일본 완성차업계도 본격적으로 전기차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IAA에는 참가조차 하지 않은 도요타가 2030년까지 차량용 배터리 분야에 약 16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 7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첫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특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차량부터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2030년 세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를 800만 대 판매하고 그 중 200만 대를 전기차와 연료전지차(FCV)로 채우겠다는 새로운 전기차 마케팅 전략을 지난 5월 공개한 바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및 수소차에 집중하던 도요타마저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해 전기차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라며 “일본 완성차업계는 도요타가 지역별로 유럽 40%, 북미 15%, 일본 10%의 판매 차량을 전기차나 연료전지차로 충당키로 하고 일본 혼다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개발·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부품 절반 이상을 공유하는 전기차를 내놓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