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칼럼

다양성과 포용성은 기업 브랜드 평판과 경제적 성장을 실제로 향상시키는 동력으로 인식된다. 최근 영화계에서도 성별, 인종, 성적 취향 등의 다양성이 최대 화두다. 사진은 동양인이 주인공인 헐리웃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한 장면.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회적 자본은 1916년 미국의 교육자 리다 하니판의 논문 ‘The rural school community center’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미국 지방 학교 교육의 성공적 정립을 위해 지역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선의, 동료의식, 동정, 개인과 가족 간의 사회적 교류 등 실질적인 실체(tangible substance)”로 정의했다.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사회적 자본을 생산요소의 하나로서 바라본다. 기업이 사회를 위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재무자본(financial capital)과 자연자본(natural capital)뿐 아니라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무적 자본은 기업이 생산과 영업활동을 위해 조달한 자본이나 그 과정에서 만들어 낸 화폐로 표시되는 자본이지만 사회적 자본은 무형자산 형태로 존재하는 사회적 관계다.

자연자본이 실제 가치보다 보통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평가되고 남용되고 있듯이 사회적 자본도 기업 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아 많은 경우 과소평가된다. 하지만 자연자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자본도 기업 생산성과 가치 창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가 형성돼 있으며 소통이 잘되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훨씬 생산적이며 경제적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언급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유행하고 있고 사회적 가치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높은 장기 투자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화폐단위로 쉽게 표시되는 단기적 재무자본만으로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의 ESG 보고 가이드라인에서도 사회적 자본의 측정과 보고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전형적 3대 기본축 개념인 TBL(triple bottom line)에서 경제, 환경, 사회의 세 가지 요소도 재무자본, 자연자본, 그리고 사회적 자본의 활용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와 기업의 관계, 그리고 기업과 내외부 이해관계자 간 관계에서 생성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한다. 미국 SASB는 사회가 기업에게 운영면허(lisence to operate)를 주는 대가로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활동과 혜택에 관한 것이라고 사회적 자본을 정의한다.

그것은 내부 이해관계자 외에도 외부 핵심 이해관계자인 고객, 지역사회, 일반 공중 및 정부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활동이라 할 수도 있다. 그들과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슈인 인권, 취약계층 보호, 지역경제 발전, 제품 및 서비스 품질과 그에 대한 접근성, 가용성, 사회적 책임을 지는 마케팅 실무, 고객 프라이버시 등의 이슈를 기업이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최근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인인 ESG에 주목하고 있고 그 중 사회적 측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환경 분야의 핵심 키워드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 분야에서는 ‘DEI’, 즉 다양성(diversity), 평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꼽는다.

성별, 인종, 성적 취향 등의 다양성과 취약 계층에 대한 포용성은 그 자체로 지속가능한 사회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지만 기업 브랜드 평판과 경제적 성장을 실제로 향상시키는 동력으로 인식된다. 예를 들면 2015년에 유엔(UN)이 2030년까지 달성할 인류 공동목표로 제시한 SDG(지속가능발전목표)의 슬로건인 ‘Leave no one behind’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이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결여된 건강하지 못한 조직은 혁신 역량이 낮아지며 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결국 재무적 자본 창출에도 실패하게 된다. ESG 각각의 평가 요소의 비즈니스 영향력 분석과 전략적 활용에 있어 환경 이슈는 위험관리보다는 수익창출에 초점을 더 둬야 하고 사회 이슈는 위험관리에 더 초점을 둬야 하는 이유도 사회적 자본은 기업의 위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는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transition risk)을 제기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위험은 기존 다른 종류의 재무적 위험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협을 기업에게 던져 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후변화는 엄청난 수익창출과 경제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배터리 산업, 수소 경제, CCUS(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플라스틱 재활용 등 순환경제와 같은 환경 및 기후변화 영역에서 최근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에 사회적 이슈는 그 자체로서 사업기회가 되는 경우는 드물고 기업 위험관리시스템의 중요한 축이 되어 가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등한시하거나 노동 관행, 인권, 소비자 권리, 지역사회 관계 등을 잘못 관리할 경우에 기업은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된다.

최근 제품 효과의 과장 홍보, 대리점 갑질, 대주주의 사회적 일탈 등으로 기업가치의 심각한 손상을 입은 남양유업 사례나 공급망에서의 아동 노동으로 타격을 입은 나이키 사례는 사회적 이슈가 기업의 재무적 자본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문제는 재무 자본이나 환경 자본에 비해 사회적 자본의 측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ESG 성과를 평가해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투자자들에게도 E(환경)와 G(지배구조)는 비교적 정의하기가 쉽고 잘 정립된 데이터와 기록이 있는 반면에 S(사회)는 정의와 지표 선정뿐 아니라 측정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다양성과 포용성(D&I)은 우리 기업들에게 개념이 생소할 뿐 아니라 정의와 측정에 어려움과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PWC는 D&I를 평가해 보고할 때 네 가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째, D&I 정의가 불확실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 간에 D&I 관리방법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보통 D&I 이슈는 HR 부서에서 관리하는데 다른 부서나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형태로 이루어져 HR, IT, 회계, 재무 부서 간 조정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많은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D&I 정보를 투명하게 외부에 공시하기를 꺼린다.

셋째,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D&I 이슈, 사회 운동과 변화하는 대중의 의식을 적시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넷째, D&I 이슈에 대한 전략과 대응프로그램을 갖춰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잘 하고 있는 경우에도 의미 있는 영향(impact)을 주기 위해 어떤 활동을 선택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고 투자자도 ESG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인류 공동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ESG 맥락에서 사회적 자본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자본의 한 유형으로 논의되지만 목적지향적 기업(purpose-driven enterprise)에서 인적 자본을 포함한 사회적 자본 축적은 기업의 존재 목적 자체로도 볼 수 있다. 구성원 간 신뢰와 배려로 만들어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이해관계자의 노력과 기업의 투자가 필요한 때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