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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임대차 3법, 폐지가 아니라 개정돼야 한다

  • 최근 전셋값은 2019년 10월 이후 지난 8월까지 2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임대차 3법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임대차 3법이란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지칭하는 것인데, 정확하게는 이들을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이것은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도입됐다.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어느 정도 형평한 관계에서 주거 계약을 맺는 상황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충분히 납득할만한 입법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셋값은 2019년 10월 이후 지난 8월까지 2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그 원인이 임대차 3법,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지난해 7월 시행됐으므로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 모두 제도 변경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부터 올해 6월까지 11개월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평균 13.45%가 올랐다. 이는 직전 11개월간 상승률 10.61%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따라서 임대차 3법이 전셋값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특히 전월세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신규 계약의 경우에 전셋값이 크게 오름으로써 전체적인 상승률을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전세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이지만 동일한 전세에 두 가지 가격이 형성되는 이중가격 문제도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 7월 5억 7750만 원과 11억 원에 거래돼 2배 차이를 보였다.

전세가격 이중화 문제는 사실 제도 도입 이전부터 예견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신규 전월세 계약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상한제를 적용함으로써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나친 사유재산권 제약이라는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주거는 필수적인 서비스라는 점에서 국가 통제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표준임대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주변 시세와 물가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표준임대료를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임대료 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표준임대료를 해당 주택공시가격의 120% 이내에서 결정토록 하고 있다.

다만 표준임대료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월세 거래량 및 시세에 대한 충분한 통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했으나 아직 계도기간 중이고 의무화돼 있지는 않아 시행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돼 있지 않다.

이제까지 29만 건 정도의 임대차 거래가 신고됐는데, 국토교통부는 이 자료를 토대로 지역 및 시점별 임대물건 예상 물량과 지역별 계약갱신율, 그리고 임대료 증감률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특정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보다 정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표준임대료 제도는 다소간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임대차 3법의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전세의 월세 또는 반전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이루어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6만 9919건 중 월세 및 반전세 비중은 33.6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44%에 비해 다소간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이 이러한 현상을 촉진시켰다고 주장할 근거는 미약하다. 월세에도 인상률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도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정부규제에 따라 갭투자가 줄어들고 저금리로 인해 전세금을 투자할 대상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임대차 3법에 따른 비난이 높아지고 실제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느 정도 제도 정착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12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세 계약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전세보증금이 크게 올라갔으나 제도가 자리 잡히면서 서서히 그러한 현상은 사라져갔다.

만약 4년마다 전세가가 급등하는 문제가 우려된다면 해외 선진국의 경우처럼 계약갱신청구권 횟수를 정하지 않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계약 갱신에 횟수 제한이 없다.

민간 임대시장 의존도가 큰 독일의 경우에는 주택임대차에 계약기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임차인 귀책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해지가 가능하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3년이 최소 임대기간이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입증돼야만 계약이 해지되므로 원칙적으로 무한 갱신이 보장된 셈이다.

임대차 3법 보완에 따라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도모함과 더불어 고려할 것이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다. 이는 민간임대주택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취약계층과 청년층의 주거복지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1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는 170만 가구로 전체 주택 수 중 8%를 차지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9위로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되고 이후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위한 예산이 증액되면서 이러한 결과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세임대주택, 분양전환 등을 제외하면 순수한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소형위주로 공급돼 수요와 괴리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전용면적 50m² 미만 소형 위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렸지만 지난 6월 기준 비어 있는 공공임대주택 98%가 그러한 소형주택이다.

따라서 3기 신도시 등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는 등 수적인 증대와 더불어 보다 넓고 질적으로 우수한 공공임대주택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렇게 양과 질에서 모두 보강이 이뤄져야만 공공임대주택이 민간임대주택의 보완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대차 3법을 통해 주택임대차 시장에서의 선진화 단계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단기적으로 일부 계층에게 손실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을 투명화하고 안정화함으로써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과도기적인 부작용을 들어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가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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