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당부 이어 금융위는 이달 중순 보완 대책 발표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압박 지속으로 대출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전철역에 내걸린 한 은행 광고.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실수요자 대출 규제하지 말아달라.’ ‘집값 잡겠다고 국민들 잡지 마세요.’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혔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대출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8월말부터 한달 간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은 30여건을 넘어섰다. 10월 본격적인 결혼·이사철이 시작되자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실수요자가 전세대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자 금융당국은 이달 중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 관리 방안을 추가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증가율 6%대 관리…‘대출절벽’ 현실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관리 지침인 6%대에 육박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9000억원으로 8월(698조8000억원)보다 0.75%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연 5~6%에 근접한 은행이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은행들의 대출 중단·축소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NH농협은행은 9월 한 달간 대부분의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KB국민은행 등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했다. 이렇듯 ‘대출 옥죄기’가 계속되자 실수요자들의 불안감과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같은 실수요자들의 호소가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40대 후반 가장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2010년경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추진하는 사전청약 아파트에 당첨됐으나 청약이 미뤄지면서 당첨 당시에는 없던 은행 대출 규제가 하나 둘 생겨나 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30대 주부인 또 다른 청원인도 “전셋값 폭등으로 당장 이사가 어렵다”라며 “전세대출 규제가 심해지면 2금융, 3금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고강도 대출규제로 가을 이사철 입주대란 우려”

이같은 실수요자들의 원성에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는 이유에 대해 질의하며 “5~6% 등 굳이 숫자로 묶는 이유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설명하지 못하면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빗발칠 것”이라며 “현재의 총량규제로 인해 대출이 필요없는 사람도 미리 대출을 받는 가수요도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숫자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증가율을 6% 아래로 맞추기 위해 실수요자 대출인 주택 자금대출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관리지침인 5~6%대는 한국은행이 예상한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물가성장률이 1.5%인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로 올해 입주예정인 약 5만6600여세대의 입주대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실수요자 보호방안이 마련된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실효성 있는 가계대책을 금융당국이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전세 대출 실수요자가 대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살피라는 지시를 내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중순께 실수요자 보완책 담은 추가 규제안 발표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 가계대출 추가규제를 발표한다. 실수요자 대출이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안에서 이뤄지도록 제한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달 중순 가계부채 보완대책 발표를 준비 중”이라며 “총량관리를 하면서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총량관리는 성장률 등을 감안한 것인데 총량관리를 하더라도 은행별로도 자체적으로 알아서 실수요자들이 보호되도록 하고 있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 규제를) 만들고 있고 이달 중순 발표 목표로 보완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투기 수요를 막고 실수요자도 보호해야 하지만 현재 대출 증가세는 대부분에 실수요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따라서 실수요자도 상환 범위 안에서 이뤄지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실수요자의 상환 능력을 감안해 대출을 규제하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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