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까지 번진 전력난 사태로 성장동력 멈출까 우려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 여파가 전 세계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중국의 심각한 전력난 여파가 팬데믹 이후 살아나던 전 세계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히 전자·자동차업계의 반도체 부품 품귀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 관련 이슈들이 한국 경제의 완전한 회복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철을 앞두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한꺼번에 폭등하면서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력난이 물가 인상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제조업 생산 차질·원자재 가격 급등…전 세계 인플레이션 비상

중국 등의 전력 부족이 장기화되면 제조업의 생산 차질과 함께 가스·철강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 세계 산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중국 현지 매체인 제일재경 보도에 따르면 전력 공급 제한이 중국 내 일부 반도체 공급망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면서 그 여파가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HP, 델과 같은 미국 전자·자동차 기업들을 넘어 퀄컴과 인텔 등 반도체 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 톈펑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새롭게 출시된 아이폰13의 심각한 재고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애플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부품 공급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석탄 공급 부족과 중국 정부의 고강도 탄소 배출 억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국 여러 지역에서 최근 심각한 전력 공급 제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호주를 겨냥해 석탄 수입 중단 조처를 내린 바 있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석탄 공급 국가였다. 이후 세관 승인을 받지 못해 중국 연안 보세창고에 몇 달씩 보관 중이던 호주산 석탄은 100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무역업계의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이 최근 화력발전용 석탄 부족 등에 따른 전력난에 수입금지 조치로 보관 중이던 호주산 석탄을 풀고 있다는 소식이 현지 외신과 중국 동부 무역업계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 항만에 보관돼 있던 호주산 석탄 일부가 지난달 말부터 풀리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놓고 중국이 호주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무역보복 조치 해제로 연결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31개 성·직할시 중 20여 곳이 지난달 중순부터 각 지역 공장에 전기 공급을 줄이거나 아예 끊는 전기 배급에 나섰다”며 “특히 장쑤성과 광둥성 일대 기업들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으로 산업 전체 공급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단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호주와 관계가 나빠지면서 들어와야 할 석탄이 지난해 10월부터 끊긴 상황으로, 중국 내 석탄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급하게 호주 석탄을 일부 들여오기로 했지만 석탄 100만 톤은 중국 하루 수입량에 불과하다”면서 “위기를 느낀 중국이 석탄 사재기에 나섰고, 이로 인해 이웃 나라인 인도까지 석탄이 부족해 전력난을 겪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의 신성장 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동시에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 회복세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인도가 세계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8%와 15%로, 현재 양국의 전력난은 세계 경제 성장세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국내 영향 ‘제한적’…과도한 불안심리 확산은 경계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이슈 점검 회의’에서 “동남아 지역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지속, 중국 전력 제한 조치에 이은 인도 등의 전력난 가능성, 가스 등 원자재 수급 불안 확대 등 글로벌 위기 요인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한국 산업계는 해외 전력난, 차량용 반도체 및 원자재 수급 문제 등의 글로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이날 점검 회의에 참석한 국내 업종단체·산업연구원 등은 중국 내 전력 제한 조치로 중국 현지에서 한국기업 생산 공장의 생산 중단 사례가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전력 부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중장기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과 테슬라 공급업체에 이어 도요타도 전력난으로 중국 내 사업에 영향을 받고 있어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거론된다. 팬데믹 이후 경기가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중국 전력난 등의 해외 발 악재로 인한 국내 시장의 과도한 불안 심리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금융시장 점검 회의’에서 “최근 우리 증시의 변동성 심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정부부채 한도 이슈, 중국 전력난과 헝다그룹 이슈 등 주로 해외 발 악재에 따른 것”이라며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고 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과 양호한 거시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과도한 불안 심리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해 불필요한 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