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

컨테이너로 가득 찬 부산항.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경제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수입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높은 수입 물가는 국내 소비자 물가에 반영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원화로 환산한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이 5개월 연속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24.58로 지난 8월(121.61)보다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째 오르고 있고 2014년 2월(124.60) 이후 7년 7개월 내 최고 기록이다.

9월 수입물가지수 7개월 연속 ↑, 전년比 26.8% 상승

올해 3분기 자산시장 내 원자재 시장은 수익률 상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이후 에너지 부문 가격 상승이 뚜렷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섰고 천연가스 가격과 석탄 가격은 각각 올해 초 대비 110%, 162% 이상 상승했다. 상품별로는 석탄, 천연가스, 면화, 원유, 알루미늄 순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다. 특히 석탄, 천연가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지난 7월 이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시장 상승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 폭염에 따른 전력 사용 증가와 공급 차질을 꼽을 수 있다”며 “최근 동남아 지역 중심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모두 60선을 넘어서는 등 경제활동이 활발히 재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서 최근 영국의 에너지 부족 사태와 중국의 전력난 등 에너지 수급불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중국 전력난 이슈는 에너지 시장 외에도 기타 원자재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도 그 여파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8% 상승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수입물가지수는 지난 3월 9.0%에서 7월 19.5%, 8월 22.4%에 이어 9월 26.8%로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광산품,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이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수입물가지수를 전월 대비로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2.1%, 올해 1월 3.7%, 2월 4.4%, 3월 3.5%로 상승세를 나타내다가 4월에는 마이너스(-) 0.2%로 감소 전환했다. 이어 지난 5월 3.0%, 6월 2.7%, 7월 3.6%, 8월 1.3%, 9월 2.4%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진만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국 수요가 늘면서 수출물가와 수입물가 모두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특히 최근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도 114.18로 2013년 7월(114.92) 이후 8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재고량 감소 추세, 4분기 물가도 불안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 5일 발표한 ‘에너지난이 가져올 원자재 투자환경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현재 에너지 상품들의 재고량이 낮은 상황이다. 중국 6대 주요 발전소가 보유하고 있는 석탄 비축분은 15일 정도 분량에 불과하다. 또 유럽 내 천연가스 재고율은 72%로 직전 5개년 동기 평균 재고율인 88%를 하회하고 있다.

또 미국의 경우에도 천연가스 재고량이 직전 5개년 평균치보다 8% 정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재고 감소도 지속되면서 미국 원유재고는 올해 초 대비 14% 감소했다. 겨울철 난방 시즌 돌입으로 수요가 증가한다면 수급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능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에너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중 겪는 과도기적 결과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에너지 수급 불안이 쉽게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화석연료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감소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에너지 시장 이슈는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은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3%)부터 지난달(2.5%)까지 6개월 연속 한은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가 연 2% 대 중반을 가리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위드 코로나’ 등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 보복소비 등으로 물가 오름세는 더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전력난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 영향이 당장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4분기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8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번 달 소비자물가는 지난달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제유가 상승, 전 세계 공급망 차질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고 불확실성이 높아 4분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