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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식품의 시간가치 고려한 음식물 폐기물 감축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칼럼
  • 음식물 폐기물은 엄청난 양이 발생해 자원낭비, 생물다양성 훼손, 환경파괴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위한 가장 도전적 환경 이슈는 기후변화, 자원순환, 그리고 생물다양성이다. 이들 이슈가 미래 인류의 삶의 질과 생존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증가된 위험과 비용을 통해 기업의 존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 가지 요소이기도 하다.

자원 순환의 핵심 수단은 폐기물 감소, 재활용, 재사용 등이다. 폐기물은 환경 문제의 근원이지만 동시에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돼 자원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폐기물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광물 등 원재료를 추출하는 도시광산(urban mining)이나 폐플라스틱에서 석유화학산업 원료를 추출하는 도시유전(city oil fields) 사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

같은 1차 산업의 생산물이지만 상대적으로 재활용률이 높은 광물자원에 비해 농산물은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음식물 폐기물은 엄청난 양이 발생해 자원낭비, 생물다양성 훼손, 환경파괴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격히 늘어난 음식물 배달 앱 비즈니스는 플라스틱과 음식물 폐기물 문제를 심각하게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기업은 폐기물을 직접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고 폐기물을 직접 만들어 내는 영세 판매업체는 그것을 부담할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다.

팬데믹 이후 펼쳐질 두 가지 메가트렌드(mega-trend)인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전환이 서로 상충관계를 보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디지털 전환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지속가능성(digital sustainability)의 선순환에 반하는 현상을 플랫폼 비즈니스가 만들어내고 있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 마이클 모스가 최근에 발간한 책 ‘Hooked’는 식품회사들에 의해 악화되고 있는 음식물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잘 분석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 사람들의 식습관이 빠르게 변해 감에 따라 갈수록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반면 균형 잡힌 영양 섭취는 줄어들고 있어 미국의 현재 평균 비만율이 42.4%에 이른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맞벌이 부부의 보편화, 넘쳐나는 패스트푸드와 편리한 조리기구 등으로 마약이나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한 소금, 설탕, 지방을 과대하게 섭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식품산업의 성장은 이러한 중독성을 이용해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조작함으로써 가능해졌다고 모스는 지적한다. 슈퍼사이즈를 만들어 남용을 조장하거나 운전 중 편의를 위해 세울 수 있는 포장을 고안하는 등 스낵 소비 촉진을 통해 미국인이 칼로리 섭취량 중 25%를 스낵으로부터 섭취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중독과 비만의 조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늘어난 허리둘레에 대한 죄의식을 심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죄의식을 이용해 저칼로리와 다이어트 식단 프랜차이즈를 이용해 돈을 벌기도 한다. 이는 담배회사가 담배 판매로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한편 담배 관련 질환 치료 사업에 뛰어 드는 것과 유사하다.

최근 필립모리스의 최고경영자(CEO) 야섹 올자크가 천식환자 흡입기를 만드는 영국 제약회사 벡추라의 10억 파운드 인수전(take-over bid)에 뛰어들면서 ‘건강관리’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것과 유사하다. 담배 판매로 건강을 해치면서 건강관리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와 가열담배 같은 대체품을 팔면서 2030년 이후 담배를 법으로 금지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위의 계획과 주장을 위선적이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해결책을 찾아내기 마련이고 위기가 누구에겐 기회가 되는 법이다. 미국 식품코팅제 제조기업 어필의 CEO 제임스 로저스는 재료공학 박사과정을 다니면서 전 세계 식품 공급망에서 식품폐기물을 줄이는 데 헌신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채소와 과일에 사용해서 냉장고 필요 없이 채소와 과일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식물 기반 식용 코팅제를 개발해 2012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식품을 판매대에 진열하면 판매에는 유리하지만 빨리 상한다. 유엔(UN)의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3분의 1 이상이 버려지며 그 비용은 연간 2조 6000억 달러에 이른다.

“세상에 식품이 넘쳐나는데 왜 많은 사람이 굶주릴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로저스 CEO는 식품의 시간가치를 생각했다. 식품은 간헐적 자산의 성격을 가지므로 넘쳐날 때와 부족할 때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식품에 보다 많은 시간을 줘 공급망에 있는 가난한 농부나 영세 판매업자가 멀리 떨어진 고객에서 팔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고 종류가 다른 과일과 채소의 겉 표면의 조직이 다를 뿐 동일한 분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 껍질, 씨, 과육에 들어있는 리피드(lipid) 성분을 이용해 풍미가 없고 안전한 코팅제, 즉 보이지 않는 차단막을 개발해서 FDA 승인을 받았다. 처음에는 오히려 채소와 과일이 빨리 상해야 고객들이 더 많이 사러 올 것이라 말하는 판매상들에게 시간가치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채소와 과일의 종류마다 다른 공급망을 분석하고 차별화된 접근방법을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로저스는 품질, 효율성 및 기업 목적에서의 차별화를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고 채소와 과일 가격이 비싸지는 것도 아니며 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과 지구를 위하는 식품 시스템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최근 ESG를 강조하고 ESG를 가장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요소인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투자자는 여전히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이유도 그것이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 기여할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 가치에 기여하는 만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기업이 ESG 위험관리만을 고려하고 관련된 비용만을 부담하는 반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통한 경제적 가치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ESG 붐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변화, 환경, 그리고 사회 이슈에 관한 소비자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어필과 같이 식품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기업이 지속가능 최우수 사례이자 우리의 미래다. 목적지향회사(purpose-driven enterprise)의 또 하나의 성공사례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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