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증시 이탈…한은 11월 금리 인상 강력 시사

지난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4주 연속 상승하고 상승폭도 28원대로 크게 뛰었다. 이는 국내 기름값의 선행지표인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한동안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고유가·고환율에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물가 대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다음달 또 한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정부의 물가상승 목표치인 2.0%를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고유가·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소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 근접했고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81.31달러에 거래됐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84달러대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 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고유가·고환율은 원자재와 수입물가가 상승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는 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국민지원금과 상생 소비지원금을 지급해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 강세에 주식시장서 외국인들 매도세 지속

고환율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계속된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증시에서 지속적으로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의 큰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7거래일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2조3천억 원에 이른다. 코스피는 지난 5일 3000선이 무너져 2910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불황과 수출 둔화에 환율 불안, 외국인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코스피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미국 부채한도 협상 유예와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위기 기업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꼽으며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의해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력수요 성수기인 겨울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국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에서 부상하는 위험요소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7월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감안한 수치다. 이에 따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1월 중순이나 12월 중순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지난 13일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광범위한 경제 회복이 계속될 경우 점진적인 테이퍼링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면서 18명의 위원 중 절반인 9명이 내년 중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주열 총재 이어 홍남기 부총리도 금리 인상 시사

국내상황도 비슷하다. 물가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다음달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다음 달 회의에서는 높아진 가계부채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금통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고려해 지난해 기준금리를 최저수준(0.5%)까지 낮췄다가 지난 8월 26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사상최대의 가계 대출 증가율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다음달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특별한 경제에 큰 위험이 없는 한 11월 기준금리 인상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100% 단언할 수 없지만 11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IMF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금리 인상과 관련해 “그동안 누적된 금융불균형 문제, 경기회복 문제, 최근 대내외적 여건과 동향들을 면밀히 판단해 적절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가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물가가 정부가 생각했던 타깃보다 높아 걱정”이라며 “대부분의 재무장관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적과 우려를 표했고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