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는 디지털 콘텐츠에 특정 자산 정보를 기록하고 고유 식별값을 부여해 발행된 토큰이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기록이 해당 자산의 진위를 증명할 수 있게 돼 그동안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던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 지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NFT가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3월 세계적인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처음으로 NFT 경매를 진행하면서부터다. 당시 이 경매에서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작품 JPG 파일이 6930만 달러(약 785억원)에 팔려 NFT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직접 쓴 입사지원서도 NFT로 발행돼 지난 7월 2만3000달러(약 2682만 원)에 팔렸다. 국내에서도 같은 달 간송미술관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 100개로 만들어 1개당 1억 원씩 80개 이상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3분기 NFT 거래액 처음으로 100억 달러 돌파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와는 달리 NFT는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해 유일무이한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지닌다. 또 위조품이 나올 위험요소가 거의 없는데다 블록체인상에 NFT 출처와 발행시간, 소유자 등의 정보가 공개돼 추적이 쉬우며 여러 사람이 공동 소유해 소유권을 부분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NFT가 메타버스 환경의 미래 화폐로 손꼽히면서 NFT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 집계에 따르면 3분기 NFT 거래액은 106억7000만달러(약 12조7000억원)에 달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2800만 달러) 대비 380배, 올해 2분기(12억4000만 달러)에 비해서도 8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NFT 시장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소장 가치가 높지 않은 NFT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시장이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함께 NFT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가상화폐 회사 트론의 최고경영자 저스틴 선은 NFT 산업이 앞으로 급성장 할 것이라며 “10년 내 1억명의 NFT 수집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텐츠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금융·통신사들이 앞다퉈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이 이같은 성장 예측을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금융·통신사들, NFT에 뜨거운 관심
국내에서도 NFT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뜨겁다. 지난 7월 JYP 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두나무에 전체 주식의 2.5%인 89만여주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JYP 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두나무와 손잡고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NFT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권도 NFT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은 메타버스 펀드를 내놓으며 NFT 관련 투자에 나섰다. 우리은행도 같은 달 인플러그와 함께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 가상화폐와 NFT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탈중앙금융(디파이·DeFi)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하도록 지원한다.
또, SK텔레콤·신한은행·삼성SDS는 지난 12일 블록체인 분산신원증명(DID) 기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공동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3사는 2019년부터 블록체인 네트워크 및 제반 인프라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왔다. 향후 3사는 NFT 발행과 마켓 플레이스 분야 사업의 기회 발굴에 공동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 규제를 위한 법적 정의는 여전히 모호
물론 초기 단계의 산업이다 보니 넘어야 한 산도 많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분류해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지가 우선 관건이다. 실제로 지난 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NFT 규제 방안이 이슈가 됐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고 있지만 NFT에 대해서는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아직 해외에서도 정확한 법적 정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감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NFT 시장과 연관된 메타버스 산업을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NFT에 대한 기본적인 정부 입장과 기준도 빠르게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지 현재 논의 중에 있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해 국제적인 논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빠르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