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GAA 기술 3나노에 도입…2025년 2나노 공정 양산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하반기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예상 매출액이 5272억 2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와 미세공정을 두고 기술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이라 의미가 있다. 세계에서 10나노 미만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GAA 기술을 3나노에 도입하고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히며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 선점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은 핀펫(FinFET, 3차원 반도체 공정 기술) 기반 5나노 공정 대비 성능이 30% 향상되며 전력소모는 50%, 면적은 35%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GAA 신기술로 TSMC와 기술격차 좁힌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3나노 양산에 성공한다면 TSMC에 앞서는 세계 최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대만 현지 언론들이 TSMC가 내년 2월부터 대만에서 3나노 공정 생산라인을 가동해 7월부터 3나노 기술이 적용된 인텔 CPU와 GPU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어 향후 양사 경쟁 구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GAA 신기술이 TSMC와의 기술격차를 좁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3나노 양산 시점을 앞당기면서 수율만 담보된다면 GAA 공정으로 TSMC와의 파운드리 기술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GAA는 기존 핀펫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신기술이다. 기존 핀펫 기술로는 3나노까지밖에 생산할 수 없어 전력효율과 성능, 설계 유연성에 있어 공정 미세화를 지속하는데 GAA는 필수적이다. 결국 생산 수율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6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 행사 기조연설에서 “3나노 공정의 경우 안정적인 생산 수율을 확보하며 양산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비용 측면의 효율성과 응용 분야별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핀펫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의 생산 수율에 대한 자신감과 핀펫 기반 17나노 신공정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17나노 공정은 28나노 공정 대비 성능은 39%, 전력효율은 49% 향상되며 면적은 43%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평면 트랜지스터 기반 28나노 이상 공정을 주로 활용하는 이미지센서, 모바일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등의 제품에도 17나노 신공정을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응용처로의 확대가 가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진두지휘 나설까

삼성전자는 이번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TSMC 추격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TSMC는 최근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TSMC가 3년간 100억 달러(약 119조 원)를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에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매출 기준) 58%로 14%의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렸다. 1분기 조사에서는 TSMC가 55%, 삼성전자가 17%였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반도체 내재화를 선언하면서 파운드리 기업들의 수주 경쟁은 더욱 격화된 상황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하반기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예상 매출액이 5272억 2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월 발표한 10.9% 성장률보다 두 배 가까이 상향 조정된 수치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만나게 될 시장은 한층 더 커지고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연결기준으로 매출 73조 원, 영업이익 15조 8000억 원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0%, 영업이익은 27.9%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새로운 기록을 쓴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분기 매출 최고 기록인 지난해 3분기(66조 9600억 원)보다 6조 4000억 원이나 많은 매출을 올렸다.

분기 매출이 70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3분기(17조 57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반도체 부문에서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당 부분을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파운드리 포럼에서 반도체 미세공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TSMC와의 점유율 경쟁 등의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삼성전자 실적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팬데믹 영향으로 D램, 낸드플래시 등 서버, IT 기기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고 삼성전자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파운드리 공정 수율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부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IT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정보 공개 요구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재계에 따르면 실제로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 속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최종 확정하고 미국 주요 기업 CEO와 만나 투자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 경영 현안과 관련해 대외 활동을 자제해 왔기 때문에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