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에 연쇄 타격…연말 최대 쇼핑 시즌 직격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항만에 대량의 컨테이너들이 적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비롯해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초대형 소비 시즌을 앞두고 최악의 물류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항만 노동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또 올해 하반기 기업들의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로 수입 컨테이너 양이 폭증한 원인도 한몫 거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원자재 가격 상승, 자연재해 등으로 미국, 영국, 중국, 인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자동차부터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공급난에 처한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을 강타한 최악의 전력난이 글로벌 공급망에 연쇄 타격을 주면서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연말 최대 쇼핑 시즌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 비상대책 마련…韓 정부, 수출 위주 지원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이 157척(18일 기준)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현지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LA항과 롱비치항은 미국에 도착하는 컨테이너선 하역 작업의 40%를 처리하는 대(對)아시아 무역 관문이기도 하다. 현재 20만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가 하역을 기다리는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LA항과 롱비치항의 24시간 가동을 주문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를 출발해 태평양을 건넌 컨테이너선이 계속 도착하고 있는 데다 육상 운송에서도 병목 현상이 빚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물류대란은 미국 서부뿐만 아니라 동부 항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석탄 수급 부족으로 전력난이 가중되면서 반도체와 생필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인도 역시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급감했고 영국은 휘발유난으로 주유소마다 몸싸움이 벌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중국 공장 등의 생산 차질은 전 세계 생필품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미 세계 최대 의류 생산기지 베트남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워져 전 세계 동계 의류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자 한국 정부도 물류 관련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면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LA항과 롱비치항의 심각한 병목현상 등 물류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대응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2일 3차 ‘수출입물류 비상대응전담반(TF)’ 회의와 14일 ‘에너지·자원 수급관리전담팀(TF)’ 1차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물류대란과 수출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임시선박 투입확대 및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고 원자재 확보와 관련해서는 비축물량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일단 정부 지원은 수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수출물류에 취약한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월 최소 6척 이상 임시선박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HMM과 SM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도 컨테이너선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운임지원, 대출 등 금융지원에 중점을 두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물류대란 장기화 예상…“내년까지 이어진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 세계 공급망 문제가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수조 달러 규모 코로나19 관련 경기부양책으로 소비자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재고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장관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물류대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티지지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우리가 올해 경험하고 있는 물류의 어려움들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법안에는 170억 달러(약 20조 1195억 원) 예산이 항구에만 할애됐다”며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수요 불안정에 따른 병목 현상에 대응키 위해서는 장기 과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연말 성수기를 맞은 국내 유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보복 소비에 따른 유통업계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유통 전반의 활성화는 물론 극도로 침체됐던 여행·레저 관련 업계의 매출 상승도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물류대란 장기화로 업계 기대와는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수입식품을 시작으로 화장지, 생수, 옷, 반려동물 사료 등 필수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유통업계가 겨울 대목을 앞두고 수입상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식품을 시작으로 패션, 잡화 등 대다수 공산품의 글로벌 공급라인이 정체된 상황이다. 재고를 비축하지 못한 유통기업은 연말 특수를 기대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육류를 비롯해 주요 식품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물류대란 영향”이라며 “미국이 물류대란으로 육류 수출량을 줄이자 국내 고기 수입량도 급감했는데 지난 1~8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평년과 비교해 약 19%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서 일상으로 회복을 기대하던 업계 전반의 경기회복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