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판권 모두 가져가는 ‘불공정 게임’ 개선 목소리도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 인민광장 인근에 있는 한국식 설탕 과자 '달고나' 가게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 물건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오징어 게임’ 효과로 한국 드라마 제작 업계에 훈풍이 불까. 지난 몇 년간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제작비 축소와 드라마 제작비 상승 등으로 국내 제작사들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몇몇 대형 제작사 외에는 비용 부담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됐던 한국 드라마 제작 업계가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히트로 다시금 날개를 달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투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드라마와 영화 제작사들이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신작 선보일 드라마 제작사 주가는 연일 상승세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여파는 주식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 예정인 드라마 제작 관계사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순위에서 3~4위를 기록중인 드라마 ‘마이네임’의 제작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오징어 게임’ 공개 이래 주가가 70%나 상승했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11월 방송예정)의 제작사인 제이콘텐트리도 같은 기간 30% 이상 급등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주연의 드라마 ‘무빙’과 강다니엘 주연의 ‘너와 나의 경찰 수업’을 제작한 스튜디오앤뉴의 모회사 NEW도 40%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인기 톱10 순위에는 한국 드라마가 4편이나 올랐다. 1위는 ‘오징어 게임’이 여전히 롱런을 유지했고 3위 ‘마이네임’, 7위 ‘갯마을 차차차’. 10위 ‘연모’ 등의 순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높아지자 업계는 일단 반기는 눈치다. 한 중견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 드라마 납품 시 총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방영료로 받는다. 최근 회당 제작비가 6억 원 대인 것을 감안하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회당 3억 원, 16회 기준 50억 원 정도를 PPL(간접광고)이나 해외 판권 판매 등으로 어떻게든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주는 글로벌 OTT들은 자본력이 없는 제작사들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인 것은 맞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글로벌 OTT들은 기획력만 좋으면 소재나 표현 수위에도 열려있어 창작자들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OTT 참여로 제작비 확보는 수월, 부가판권은 포기

물론 현재 이 같은 제작방식의 경우 저작권과 해외 판권이 모두 글로벌 OTT에 귀속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사전제작비를 확보하는 안전성과 콘텐츠의 확장성이 담보가 되는 대신 부가판권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내부적으로 1조원 가량의 효과를 거뒀지만 제작사는 제작비 234억원에 대한 권리만 있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한류 콘텐츠 산업 역량 강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표준계약서 등)에 대해서도 챙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넷플릭스의 ‘선계약 후공급’ 콘텐츠 제작 방식이 “좋다고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넷플릭스의 선계약 후공급 계약의 경우 아무리 흥행해도 제작사가 추가 인센티브를 가져갈 수 없는 구조”라며 “그런 의미에서 창작자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제작사의 위상 높아져 향후 협상력도 나아질 듯”

그러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조달은 물론 수익을 보장받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후 불공정 게임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넷플릭스같은 제작 시스템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CJ ENM 또한 자사 채널인 tvN에 드라마 편성시 제작사에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고 저작권 및 판권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콘텐츠가 실패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총 1조원이 넘는 액수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왔다. 이에 대해 20여년간 한류를 연구해 온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징어 게임’의 영향으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글로벌 OTT들과의 협상력도 점점 나아질 것이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정 원장은 한국 콘텐츠의 흥행 요소를 완성도, 보편성, 가성비 등 세 가지로 꼽으며 이런 장점을 확대해 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는 수준 높은 완성도와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편적 메시지, 완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 등이 현재의 큰 경쟁 요소”라며 “제작자들이 작품에 좋은 메시지를 담는 방향으로 글로벌 한류를 이끌어가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