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강국’ 독일·영국서 친환경차 앞세워 올해 판매량 24% 급증

기아 첫 전용 전기차 EV6. (사진=기아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전환 전략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일단 현대자동차가 이번 달 중에 ‘친환경차 올해 국내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도 올해 안에 친환경차 올해 국내 누적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완성차기업의 국내 친환경차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세는 자동차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특히 독일과 영국에서 올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2배 늘었다. 독일에서는 올해 1∼9월 현대차 전체 누적 판매량이 12만 9257대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8.7% 증가했다. 또 영국에서는 지난해 대비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30%와 40%씩 판매량이 늘었다.

전기차 아이오닉5·EV6, ‘독일 올해의 차’ 최종 후보 올라

현대차그룹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친환경차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는 ‘2022 독일 올해의 차’의 ‘뉴 에너지’ 부문과 ‘프리미엄’ 부문에서 각각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독일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오닉5는 미래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혁신적인 충전기술이 좋은 평가를 받아 BMW iX, 메르세데스-벤츠 EQS 등을 제치고 뉴 에너지 부문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기아 EV6는 우수한 주행거리와 다이내믹한 성능을 앞세워 폴크스바겐 ID.4, 아우디 Q4 e-트론,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을 제치고 프리미엄 부문 올해의 차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엇보다 친환경 카테고리인 뉴 에너지 부문에서 당사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5와 EV6가 나란히 1~2위에 오른 것은 의미가 깊다”며 “이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독일에서 현대차그룹의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E-GM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이오닉5와 EV6의 세계적인 호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이오닉5는 영국의 자동차 전문 평가 사이트 ‘카바이어’의 베스트 카 어워드에서 ‘베스트 컴퍼니 카’와 ‘베스트 패밀리 일렉트릭 카’에 선정됐다. 영국의 언론그룹 자동차 어워드에서 ‘올해의 베스트 디자인 카’와 ‘올해의 자동차 혁신’이라는 타이틀도 획득했다.

EV6가 지난 달 유럽에 출시되자마자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스포트’는 인체공학적인 인테리어 구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역시 독일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빌트’는 EV6는 움직임, 조향 감각, 서스펜션 등이 완벽하게 조율돼 운전하는 재미가 뛰어난 차량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9월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한 77만 1145대를 판매했다”며 “이 비중 자체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독일, 영국이 있는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친환경차로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본격적인 미래차 시대를 앞두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큰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 “유럽서 전기차 판매 더 확대할 것”

현대차그룹이 올해 거두고 있는 성과는 기본적으로 새로 출시되는 전기차들의 성능과 디자인이 글로벌 기준에서도 통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유럽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정책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이 빨라지고 친환경차 도입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 맞물렸다. 또 현대차그룹이 전용 전기차 판매에 적극 대응했던 점도 주효했다.

현대차그룹은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을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로만 구성할 방침이다. 앞서 언급한 독일과 영국 외 유럽 국가들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내년부터는 이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만큼 앞으로 전기차 판매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성과가 기대한 것 보다는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1분기가 되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IAA Mobility 2021) 등에서 친환경 기술 바탕의 차별화된 기후변화 대응으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전체 탄소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차량 운행 단계에서의 배출 저감을 고려한 제품 및 사업 구조의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역별로는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을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로만 구성키로 했다. 2040년까지 기타 주요 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모든 판매 차량의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정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행보에 지속적으로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기도 하고 반도체업계와 함께 풀어가야 할 사안으로 현대차그룹 혼자 개선시키기 어렵다. 다만 향후 한국 자동차산업의 행보는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반도체 내재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이 현지 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반도체 제조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도 “완성차기업들에게 반도체 공급난이 아니더라도 전기·자율주행차 시대 대응에 반도체 내재화는 필수”라면서 “현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한 공장 증설까지는 2~3년 정도가 소요돼 당장 급증하는 물량을 감당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