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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백화점에 점포 다시 연 이랜드의 남모를 속사정?

경영난에 매장 닫고 임대주택 추진…인허가 막혀 ‘허송 세월’
  •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2001아울렛 수원남문점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진열된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재형 기자)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지난 4일 오후 1시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2001아울렛 수원남문점’(이하 남문점)은 매장을 찾은 수백여 명의 인파로 붐볐다. 여성복, 신발, 이불 등 제품을 진열한 좌판이 이곳 1~2층과 마당에 수십여 개 열려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장 한 편에 마련된 계산대에는 10여명의 방문객들이 양손에 물건을 하나씩 든 채 줄을 지어 서 있었다.
 
평범한 패션용품 매장 풍경 같아 보이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건물 간판에는 2001아울렛이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 이곳은 아울렛이 아니다. 1년 전에 일찍이 폐점했는데도 불구하고 외부 상인들이 들어와 소위 ‘재고털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허가 발목 잡히자 ‘아울렛’ 떼고 ‘울며 겨자먹기’ 재개장
 
이랜드가 폐점한 백화점에 다시 점포를 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사연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랜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방문객이 급감하자 남문점을 헐고 임대주택을 짓기로 계획했었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장을 접고 부동산 사업으로 전환하자는 경영진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의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1조7652억 원, 16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17%, 99% 감소했다. 남문점 일대에 대규모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일대 1만여 세대가 타지로 떠난 것도 폐점 결정에 일조했다. 30년 역사의 남문점은 그렇게 문을 닫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부지의 용도를 상업용지에서 주택용지로 바꾸기 위한 인허가가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껏 나지 않았다. 수원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심의 접수는 됐는데 올해 안에 인허가가 떨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당초 이랜드는 작년 하반기에 임대주택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멀쩡한 건물을 놀릴 수 없었던 이랜드가 선택한 게 앞서 전한 것처럼 다시 매장을 여는 거다. 현재 남문점은 이랜드가 장소를 대여해주고 지역의 중소 상인들이 점포를 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장 상인은 “아마 올해까지는 여기서 계속 장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2001아울렛 수원남문점의 모습.
 
이랜드가 매장 부지를 임대주택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힐 때만 해도 업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은 시행사가 토지와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대기업인 이랜드가 자기 땅을 재활용하는 사업이라 일견 간단해 보이는 측면도 있었다.
 
자회사인 이랜드건설은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효과도 노렸다. 앞서 이랜드건설은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이랜드 사옥을 임대주택인 ‘이랜드 신촌 청년주택’으로 개발한 후 5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공급한 바 있다.
 
신촌의 성공에 힘입어 남문점과 지난해 2월 폐점한 대구시 동아아울렛도 임대주택 개발을 추진했지만 두 곳 모두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해를 넘긴 상태다. 결과적으로 이랜드는 올해 새로운 공급이나 사업 인가 실적 없이 넘길 공산이 커졌다. 폐점 백화점과 지역 상인들과의 ‘임시적 동거’도 해를 넘겨 지속될 전망이다.
 
‘산 넘어 산’ 문턱 높은 임대주택…사업 매력도 떨어진 점 원인
 
이랜드 사례는 임대주택 중에서도 기업과 정부가 공동 출자해 개발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방식에 해당한다. 기업은 국토교통부 공모가 열리면 사업안을 제출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금을 출자받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
 
이처럼 본선 절차도 복잡다단하지만 남문점처럼 지자체의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는 공모 접수도 할 수 없다. 지역 인허가 문턱이 사회 문제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부산시는 ‘부산형 뉴스테이’, ‘드림아파트’ 등 총 7만3000호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종합주거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1년 뒤 대다수 사업장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퇴짜를 맞아 시의 주거복지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보통 건축물을 새로 건립할 경우 민관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도시계획, 건축, 환경, 교통 등 항목에서 심의를 하게 돼 있다. 임대주택이 생기면 일대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 민원이 집중되는 등 부정적 여론이 당시 심의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임대주택이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팩트체크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걸림돌이 많은데다 개발 후 기업의 수익을 제한하는 규정도 새로 생기면서 사업 자체의 매력도도 떨어졌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입주자에게 8년 이상 입주기간을 보장하며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하로 제한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도입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인 ‘뉴스테이’와 비슷한 제도이다. 다만 초기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90~95%로 제한하고 무주택 세대에 우선 공급하되 20%는 청년 및 신혼부부 등 주거지원 계층에 특별 공급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한 규정이 추가된 게 특징이다.
 
뉴스테이는 6년 동안 21개 사업장을 운영 중인 반면 2018년 도입된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현재 총 11곳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에서 2022년까지 공공임대 민간임대 사업을 통해 20만 호 규모의 사업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집권 4년 동안 공급까지 성사된 주택은 총 1만여 호뿐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임대, 공공임대를 비롯한 주택 공급 전반의 실적이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목표치를 밑 돌면서 주거 정책 부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주택공급량은 약 39만 호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대국민 부동산 담화 등을 통해 밝혔던 주택 공급계획량 46만 호보다 7만 호 적다.
 
공공임대주택도 내년까지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4만1000호로 36% 공급에 그친 실정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지난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이 시행된 후 1년 만에 50만708채가 말소되면서 재고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요즘처럼 분양만 하면 완판되는 주택 시장 상황에서 좋은 부지가 있다면 사업자들도 규제가 많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보다는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 개발을 선호할 유인이 높다”며 “임대주택 공급에 민간을 더 끌어들이려면 기대수익을 높이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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