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행 패키지 상품 대박 행진…모처럼 ‘화색’

참좋은여행의 '백신 맞고 진짜 여행' 기획. 사진=참좋은여행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하는 김모(31)씨 일행 10명은 지난 1일 7박8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겸 여행길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근 2년 만의 출국이다.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PCR)를 받고 한국 입국 전 72시간 이내에 미국에서 다시 PCR 검사를 받고 입국해야 하는 등 코로나19 이전에는 없던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들 일행은 참석을 거의 포기했던 미국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백신 접종 이전에는 귀국 후 2주간 격리가 부담스러워 출국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경유지를 거쳐야 했지만 미국 휴스턴까지 왕복 항공료를 100만원대 초반으로 해결한 것도 만족스럽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휴스턴에 도착한 김씨는 “미국 입국 인터뷰도 까다롭지 않게 진행돼 일행 모두 시간 지체 없이 공항 수속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업무를 위한 출장이 아닌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 일정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피부로 직접 느꼈다는 것이다.

허니문, 골프, 크루즈 등 여행상품 앞다퉈 출시

실제로 국내의 경우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하면서 여행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침체일로였던 여행 항공 등의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국가는 백신접종 완료자에 한해 국내 귀국 후 격리가 면제돼 이에 발맞춰 여행업계도 앞다퉈 관련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행 목적으로 방문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괌, 사이판, 태국, 홍콩 등 총 29개국이다. 이들 국가를 방문하면 입국 전과 출국 전 각국이 지정한 시간 내에 PCR 검사를 받은 후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에 여행사들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협의를 맺은 국가를 중심으로 허니문, 골프, 크루즈 등 다양한 테마의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5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유럽 베스트 5개국 투어 예약이 4000명을 넘어섰으며 이중 2500명 정도가 연말까지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럽 여행 패키지 상품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자 여행 국가를 7개국 추가한 유럽 12개국 투어 상품까지 출시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고객을 위한 해외여행이라는 설명과 함께 ‘백신맞고 진짜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관련 상품을 진열해놓고 있다.

‘다시 꿈꾸는 괌’ 같은 청정지역 여행지 상품도 내놨다. 하나투어도 백신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국내외 자가격리가 필요 없는 하와이, 괌, 몰디브, 스위스, 두바이 등의 여행상품을 추천하는 ‘지금 떠나는 해외여행’ 기획전을 선보였다.

최근 청정지역을 중심으로 한 여행 패키지가 인기다. 사진=참좋은여행 제공.
즉시 여행 떠나는 ‘퀵트래블족’ 증가…보복 여행 심리 자극

연내 즉시 여행을 떠나는 ‘퀵트래블족’(quick+travel)도 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는 에 따르면 지난 10월 해외 항공권 판매 거래액은 전월 대비 790% 증가했다. 이들 중 연내(10월~12월) 즉시 출발하는 항공권을 결제한 고객이 90%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 1일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전환이 촉매제가 됐다. 특히 빠른 시일 안에 떠나는 항공권 결제 비중이 이후 기간 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그간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소비 심리가 폭발한 탓으로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해외 항공권을 구매했던 여행 소비 패턴과 사뭇 다르다.

지난 10월 해외 항공권을 결제한 고객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동남아시아(55%), 미국(35%), 유럽(7%) 순으로 나타났다. 위메프 관계자는 “아직 여행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위메프도 이달 내 여러 파트너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괌·터키·스페인·태국·싱가포르 등 다양한 여행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TV홈쇼핑의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도 대박 행진을 기록했다. CJ온스타일이 지난달 31일 진행한 유럽 인기 패키지 5선은 한 시간 만에 3600여 명의 고객 주문이 몰려 약 1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보복 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을 대비해 자가 격리 면제 국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31일 인터파크와 여행 패키지 판매 방송을 진행했다. 12월에 출발해 터키·스페인·두바이·이집트 등을 여행할 수 있는 패키지로 예약 건수 1만 건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달 31일 진행한 괌 호텔 숙박권 판매 방송이 동 시간대 진행했던 국내 여행상품 판매 방송보다 2배 높은 실적을 냈다.

코로나19 기획 상품…최소 인원의 고품격 관광 상품 인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여행수요도 파악된다. 참좋은여행은 400~500만원 상당의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는 여행 상품을 기획했는데 출시 며칠만에 예약자 120명대를 넘어섰다. 이 상품은 출발인원을 인솔자 포함 21명으로 제한하고 비즈니스석 탑승 및 인파가 붐비는 관광지가 아닌 자연 경관 위주의 여행으로 기획됐다. 코로나19에 특화된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참좋은여행 이상필 홍보부장은 "사실 크게 매출을 기대하기보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상징적으로 기획한 상품이었는데 예상밖의 호응이 있어 놀랐다"라며 "코로나19 이후 여행 패키지도 고가와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대로 양분화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사이판 정부가 지원한 59만원대(7박8일)의 저렴한 여행 패키지 상품도 지난 9월 전 여행사에서 매진되는 등 호응이 컸다. 한편, 해외여행시 PCR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여행 패키지를 선택할 때 비용을 잘 살펴보는 요령도 필요하다. PCR 검사비는 국가별로 다른데 비싼 지역은 1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검사비가 포함된 여행경비인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여행비용이 저렴해 보이기 위해 일부러 PCR 검사비를 미포함한 여행상품도 있으니 검사비 포함 여부를 정확하게 체크해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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