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급망 관리, 중소기업 ESG 성과 개선 이끌어

자산 규모 기준 ESG 성과 우수 기업. (자료=서스틴베스트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및 분석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매년 2회에 걸쳐 약 1000개 상장 기업의 ESG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4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이번 평가 결과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ESG 투자에 활용된다.

이번 하반기 평가에서는 특히 중소기업의 ESG 성과가 뚜렷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전까지는 대기업들이 국내 기업의 ESG 성과 개선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으로 ESG 경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는 ESG 경영이 한국 기업 경영의 보편적 원칙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이번 평가에서 대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에 대한 ESG 성과 개선이 두드러졌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대한 ESG 성과 개선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협력업체의 ESG 성과를 동반 견인한 것으로 본다. 대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공급망 관리가 중소기업 ESG 성과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평가 대상 기업들을 대기업(연결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중견기업(5000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 중소기업(5000억 원 미만)으로 구분해 규모별로 차등화된 기준에 따라 점수를 산출하고 이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규모별 등급’과 규모 구분 없이 절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전체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규모별 등급은 상대적으로 인력이나 자본에서 유리한 여건을 갖춘 대다수 대기업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에게 규모에 걸맞은 기준을 제시하고, 또한 ESG 성과가 우수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을 가려내기 위해 도입됐다. 서스틴베스트는 규모별 등급을 기준 등급으로 발표하고 전체 등급은 참고 등급으로 제공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평가에서 대기업 중 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신한지주와 KT, LG생활건강, 하나금융지주 총 4개사다. 신한지주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최우수 기업으로 평가됐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BB등급, 지난해 A등급, 올해 AA등급으로 최근 3년간 지속적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이 기업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반적으로 성과가 개선됐고 환경 관리에서는 전체 평가사 중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도별 등급 분포(기업 수). (자료=서스틴베스트 제공)
중소기업 중에서는 디씨엠, 미래컴퍼니,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약진했다. 이 3개사는 지난 상반기 BB등급이었으나 이번 평가에서 환경, 사회 성과 개선을 발판으로 2등급 상승해 AA 등급으로 평가됐다.

서스틴베스트는 기업별 ESG 이슈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ESG 관련 사건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리스크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ESG 영역별 점수를 차감한다.

한일시멘트와 아이에스동서의 경우 이번 평가 기간 컨트로버시 발생으로 C등급에서 D등급으로 하락했다. 한일시멘트는 근로자 사망사건이 발생했고 아이에스동서는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이번 하반기 평가에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과 홈페이지를 통한 ESG 정보 공개 증가 등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공시 확대가 두드러졌다”며 “당사에서는 공시 환경 변화에 맞춰 매년 평가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이어 “이번 평가에서는 업종별 평가 지표를 확대하고 온실가스 관리 관련 지표를 보강했다”면서 “기업의 ESG 성과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더욱 고도화된 ESG 평가가 가능하고 소위 그린 워싱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2021년 하반기 상장기업 ESG 평가결과’와 관련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서스틴베스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