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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ㆍ이재명, ‘1.7%만 낸다’는 종부세로 전 국민 싸움 붙였나

윤석열은 ‘문 정부’, 이재명은 ‘부자’ 향한 국민 증오 부추겨 ‘정책 팔이’ 동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오전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고(故) 이상희 하사의 부친인 이성우 유족회장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22일 발송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놓고 여야 대선후보간 부동산 조세 정책에 대한 여론전으로 번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일부 초고가 아파트 사례로 “종부세 폭탄”을 운운하며 문 정부 조세 정책에 대한 저항 심리에 군불을 지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7% 부자 감세”라며 주택으로 부자와 빈자를 양분하는 프레임을 앞세워 민심을 자극했다. 진지한 정책 토론보다는 각자 지지층의 이해관계에 편승해 입맛에 맞는 선동·선전으로 상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尹 “종부세 폐지해야” vs 李 “국토보유세 도입”
 
윤 후보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가 주택을 보유하거나 다주택자인 경우 올해부터 종부세 부담이 급증한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한 뒤 이를 ‘종부세 폭탄’으로 규정하고 보유세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는 ▲과세의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 인상 속도 완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 인하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는 매각·상속 때까지 납부 유예 등의 공약으로 이어졌다. 특히 윤 후보는 “내년부턴 종부세 걱정 없게 하겠다”면서 종부세 폐지 노선을 시사했다.
 
윤 후보는 “근본적인 문제는 과세 목적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라며 현 정부 부동산 조세 정책 목표가 잘못 설정됐다고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했다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고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정의의 실현인 것처럼 주장한다”며 “1주택 보유자들 중 수입이 별로 없는 고령층이나 코로나 사태로 소득이 정체·감소한 사람도 많은데 이들이 어떻게 고액의 세금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종부세 축소는 곧 부자 감세’라는 논리로 윤 후보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전체 국민 중 극소수만 부담하는 종부세를 감세하면 부자에게만 혜택이 돌아온다는 이유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청약통장은 모른다더니 종부세는 전면 재검토한다는 윤 후보는 1.7%만 대변하는 정치는 하지 말라”며 “윤 후보는 종부세를 ‘폭탄’으로 규정했는데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 기준 11억 원으로 높아진 결과 실제로 종부세를 낼 1주택자는 전체의 1.7%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자신이 주창하는 ‘국토보유세’ 도입을 통해 조세를 통한 재분배 효과를 강화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분노로 부동산 세금에 대한 반감이 있더라도 대안은 부동산으로 걷은 세금이 더 많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며 “(국토보유세를 통해) 전 국민의 90%가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면 실질적으로 서민들에게 세금 감면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보유 규모를 기준으로 많이 가진 자가 더 내는 취지에 입각해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매해 청구서가 날아들 때마다 논쟁거리를 낳고 있다. 현행 종부세법은 1인당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총액이 6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1세대 1주택자는 11억 원 초과)부터 과세하고 있다.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율인 70%를 적용하면 매매가격이 15억 원을 초과한 경우부터 1주택자 과세 기준인 11억 원을 넘기게 된다.
 
당초 종부세는 초고가 주택에 제한적으로 적용됐지만 최근 몇 년간 납세 대상자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종부세 납세자는 2016년 27만 명을 기록, 전체 주택 소유자 1331만 명 중 2%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0년 1469만 명 중 66만 명으로 4%까지 비중이 커졌다.
 
민주당 부동산특위에 따르면 올해 납세자수는 여기서 10만 명을 더한 7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세수로 봐도 올해 종부세 총 세입은 5조7363억 원으로 지난해(1조4590억 원)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을 필두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거듭되면서 과세 대상이 늘어난 데다 세액 계산 시 적용되는 주택 공시가격, 세율, 공정시장가액이 한꺼번에 인상된 것이 세 부담을 부풀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공제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다주택자 부담이 껑충 뛰었다. 지난 14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김종필 세무사 조사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5억7200만 원과 14억5800만 원인 송파구 방이동의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2가구 보유자가 올해 부담하는 종부세는 6779만 원으로 , 지난해(2298만 원)에 비해 무려 3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 종부세 폭탄 주장한 윤석열 규탄 성명 내
 
대선 후보들은 경쟁하듯 종부세 공약을 내놓으며 논쟁이 불붙었지만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아직 설익은 주장이며,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지난 1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내고 “종부세를 폭탄이라고 선동하며 종부세 폐지 및 1주택자 면제 방안을 공약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윤 후보의 종부세 축소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 후보의 주장은 국세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부를 재분배하고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종부세의 기능을 도외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민변은 “종부세가 과다하다는 분들은 1주택자가 아니며,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거나 투기 목적으로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매입한 수도권 다주택자”라면서 “2021년 기준 시가 20억 원 아파트의 종부세는 많아야 125만 원이고, 시가 20억 원 아파트의 소유자가 현재 70세, 보유기간 10년인 경우에는 많아야 25만 원”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윤 후보가 거주 중인 주택도 종부세 대상임을 언급하며 그의 공약을 개인 이기심에서 나온 ‘셀프 감세’ 주장으로 일축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 부부가 소유한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62평대 아파트에 부과될 종합부동산세를 예상해본 결과 11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윤 후보를 ‘1.7%’의 이권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이어 “다달이 없는 월급 쪼개서 청약통장에 돈 넣는 서민들을 위한 대책은 나 몰라라 하면서 강남에 시세 30억 원 부동산 보유한 사람의, 그것도 장기보유 혜택으로 내는 세금부터 깎아주자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예전 과세 기준에 따라 종부세 대상자만 양산할 경우 이를 진정한 ‘부자 증세’로 볼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두 배로 뛰어도 매매 전까진 수익이 실현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거주자 입장에선 앉은 채로 세금 부담만 불어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 등 공시지가 11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의 경우 고정적인 수익이 없는 노년층 납세자가 세 부담에 못 이겨 이주하도록 국가가 등 떠미는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부세 과세 공시가격 기준을 이전의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해부터 완화했지만 실제 1주택자 납세자수는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서울시 공시가격별 공동주택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인 11억원을 초과하는 가구는 27만7074가구로 집계됐다. 9억 원 기준이었던 지난해 가구 수(28만683가구) 보다 불과 1.3%(3609가구) 줄어든 데 그쳤다.
 
배현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집 가진 죄’가 현실화됐다”며 “1주택 실소유자를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표 국토보유세는 조세 목적 불분명…아직 설익은 단계
 
이 후보와 민주당이 토지공개념에 기반해 내세우는 국토보유세론은 충분한 국민 소통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화두로 발전했다. 당에서 밝힌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공유자산으로 보고 토지 가격에 일정 비율을 일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세수는 기본소득 등 복지 정책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요량이다.
 
하지만 부자의 재산을 조세로 재분배하는 취지만 있을 뿐 조세 목적이 분명치 않아 정당성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모든 입법은 현행 헌법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며 “재산권 등 국민들에게 분명히 부여된 기본권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규제는 합목적적으로 조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주택자 과세 기준도 현재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 중위값이 이미 11억 원을 넘어선 상태에서 예전 기준을 고수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부자 증세라는 목적에 위배되지 않아야 되는데 단순하게 ‘더 걷어야겠다’는 생각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여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가 종부세를 화두로 던지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표심을 호소하는 등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 후보의 감세론은 강남 3구 다주택자의 표를 의식했고, 이 후보의 증세론은 1.7%와 98.3%를 양분해 무주택자의 표심에 호소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세금에 문제가 있다면 납세자가 전 국민의 1%가 아니라 단 1명이라도 문제점은 시정되어야 한다”며 “종부세의 문제점을 말하면 1~2%밖에 안 되는 부자들을 편드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는데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종부세 폭탄이라며 과장한 윤석열 후보나 ‘1.7%’로 또 다른 갈라치기가 될 수 있는 논리를 내세운 이재명 후보 모두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 조세 정책을 짜는 것이 공정한지 깊이 생각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양 후보 모두 자기 정책을 선전하거나 상대에게 있어서의 실정을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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