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온라인 vs 침체된 오프라인, 반전 없나?

1인 가구는 편의점을 주류와 HMR형 간편식, 심지어 식재료·생필품 구매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CU의 스마트 냉장고. (사진=BGF리테일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여러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공존시대’ 등을 언급하며 인류가 급격하게 달라진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비일상’이 돼 버린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침체를 겪고 있는 대부분 유통기업들이 긴급 경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던 유통업 패러다임 변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속화되는 환경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유통과 제조 동시 장악하는 새로운 플랫폼 등장

유통업계는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고 올해와 내년이 또 다른 유통환경에 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유통업계의 트렌드 변화 속도가 다른 업계에 비해 빠른 편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그 변화 속도에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유통기업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5일 온라인으로 ‘2022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하고 올해 유통업계 각 분야별 평가와 내년 유통시장의 변화와 판도를 조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유통부문대표,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장, 진영호 BGF리테일 상무 등이 참가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유통산업 주요 이슈와 트렌드’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김 대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고 진화하고 있다”며 “2025년경에는 이커머스가 국내 유통의 50%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현재 세계 5위 규모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19년 95조 원 규모에서 2023년에는 170조 원 규모로 성장해 세계 4위권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온라인 침투율 측면에서도 한국은 중국, 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36%를 기록해 전년 대비 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통 브랜드의 파편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 세계 소비재 산업 전반에 ‘소형 브랜드의 역습’이 포착되고 있다. 기존에는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대중성을 광범위하게 담기 위해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개인화로 스몰 브랜드가 고성장하고 있다. 특히 고객 세분화, 메시지 세분화, 채널 세분화가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브랜드 파편화가 심화되는 유통시장에서 특히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을 넘어 브랜드·제조 영역과 결합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범 유통·제조를 장악하는 신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이 과감한 변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역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한숨 돌린 마트·백화점…오프라인 주도권 잡는 편의점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유통가에 흐르고 있던 코로나19에 대한 민감성이 둔화되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일상화되면서 일명 ‘홈코노미’(홈+이코노미)가 보편화되던 흐름 대신 외출 관련 소비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이 점진적으로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효과로 보인다.

특히 급격한 온라인화로 침체됐던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숨을 돌리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대형마트/백화점업계 결산 및 전망’에 대해 발표한 이 소장은 “대형마트는 올해 식품 수요 증가 지속으로 3.7%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내년에는 단계적 일상회복 및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라 주력인 식품 매출이 감소해 성장 폭이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소장은 이어 “백화점 역시 올해는 명품 선호현상 지속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의 신개념 백화점 출점으로 21.0%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전년 역기저 현상과 코로나19로 발생했던 보상소비 약화로 성장 둔화가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비대면 관련 기술 투자가 지속되고 에코테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때 통화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해 소비심리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5.1% 인상되는 것과 입법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도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소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받는 영향은 상반될 수 있지만 두 전통적인 업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상당히 유사하다”며 “각각 온라인 대비 강점을 가지고 있는 카테고리, 즉 백화점은 명품, 대형마트는 신선·식료품을 강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접목을 통해 오프라인 매출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공통적으로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백화점과는 다른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편의점은 코로나19 영향과 1인 가구 증가로 오히려 근접 쇼핑 채널의 기능과 서비스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유통의 주도권을 편의점이 잡고 있는 모양새다.

‘편의점업계 결산 및 전망’에 대해 발표한 진 상무는 “1인 가구는 현재 607만 가구에서 2030년 720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1인 가구는 편의점을 주류와 HMR형 간편식, 심지어 식재료·생필품 구매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고, 특히 편의점의 MZ세대 라이프 스타일이 최적화된 채널 구축이 크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편의점이 국산 수제 맥주, 콜라보 맥주의 르네상스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미했던 와인, 식료품 등의 구매처로서의 존재감도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포맷 활용 외에 해외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진 상무는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향후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