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지난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금리인상이 확실한 대세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현재 기준금리는 1.0%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의 1.25%를 향해 한걸음 더 전진했다. 이 역시 유례없이 낮은 수준의 금리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워낙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상당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것으로 쌓여 있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 그리고 미국의 급속한 통화긴축 가능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고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긴다면 우리도 급하게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산가격을 급락시키고 경제에 강한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경기후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리스크와 비교할 때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장단기 금리 차이) 축소다. 현재 장기와 단기금리가 모두 오르는 추세지만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56% 오른 2.11%, 10년물 금리는 0.32% 오른 2.56%로 스프레드가 축소된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영향을 받는 단기금리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는데, 경기를 반영하는 장기금리는 그보다 느린 속도로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미국의 경우에도 장단기 금리가 모두 오르면서 동시에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는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불황이 시작되고는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플레이션과 경기후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암시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금리 인상을 감지하는 것은 대출금리를 통해서다. 현재 은행은 조달금리 상승을 명분으로 해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이것이 저금리에 익숙한 고객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19일 현재 연 3.44∼4.86%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말의 2.52∼4.05%에 비해 1% 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물론 은행이 원가상승 이상으로 가격을 올림으로써 고객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측면도 있다. 은행의 조달금리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올해 들어 0.39%밖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은행은 대출규제로 인해 대출총량이 줄어드는 것을 가격인상으로 만회하려고 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상황이 은행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금리 상승은 결국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막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앉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의 상당부분은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투기적 용도로 사용됐는데, 이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연체율 상승 및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은행 경영에 압박을 줄 것이다.

금리 상승은 우리 경제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까. 직접적으로는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 규모는 1705조 3000억 원에 달하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4.2%에 달한다. 지난 15일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가 세계 37개국을 대상으로 이 비율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가 1등을 차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1% 상승하면 이자부담은 12조 원이 늘어난다고 한다.

2분기 기준 기업부채 비율도 GDP 대비 115.0%로 세계 5위에 해당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 증가율이 1년 사이 7.1%나 늘었는데, 우리나라보다 상승폭이 큰 나라는 싱가포르(7.6%), 사우디아라비아(7.4%)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부채의 상당부분이 중소기업이 일으킨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의 지난달 말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547조 원으로 1년 전보다 56조 원 가량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의 비율은 26.0%인데, 이자율이 1% 포인트 상승하면 이 비율이 30%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이자비용을 영업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이것이 1보다 작다는 것은 한 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을 늘리고 심한 경우 상당한 규모의 파산행렬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은 또한 국채발행에 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 대비 47.1%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그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대선 이후 확대재정이 예상되므로 상당한 정도의 국채발행이 예상된다. 그런 와중에 금리 상승은 국채이자 부담을 높임으로써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다. 이에 따라 어려움이 심화될 수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위축될 수 있다.

미국이 통화긴축속도를 높이고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기면 달러 강세 추세가 강화될 것이다. 이는 국내 외환시장에 불안감을 주고, 환 투기를 부추기며,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상당한 실질적, 심리적 동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 상승은 당연히 경제성장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면 3분기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0.15%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기준금리 상승은 몇 차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상당한 경기위축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금리 상승은 부채에 의해 지탱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를 통해 늘어진 줄을 당기고 있으나 그 속도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태가 예상보다 더 심하게 또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수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플랜B를 포함한 정부의 치밀한 대응책이 마련돼 있기를 기대한다.

정인호 객원기자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